개미들의 피눈물로 '슈퍼카' 산 청담동 주식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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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한때는 막노동을 전전하는 '흙수저'였지만 주식 투자로 수천억대 자산가가 됐다!"

30억 대의 슈퍼카 '부가티 베이론' 앞에서 사진을 찍고 초호화 저택 수영장을 공개하며 "당장 장외주식을 사서 나처럼 되라"며 개미들을 현혹하던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이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죄명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이 씨는 "나처럼 될 수 있는 고급 정보를 주겠다"며 1년에 1천만원 상당의 유료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면서 헐값의 장외(場外) 주식을 비싸게 되팔아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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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상에서 그는 '성공한 주식투자자의 신화'였다.

주차장을 가득 채운 슈퍼카들, 청담동 200평대 호화주택. 이 모든 게 주식 투자만으로 이뤄졌다고 홍보해 '재벌 2세'보다 더 화려한 삶을 자랑했다.

그렇게 쉬운 삶은 세상에 없다는 걸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희진의 '허풍'은 통하지 않았지만 쉽게 돈을 벌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청담동 주식부자'는 구세주와 같았다.

'자업자득'이기는 하지만 순진한 사람들은 그의 말에 따라 빚을 지고, 마지막 남은 통장을 해약해 장외주식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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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참혹했다. 주식투자로 대박을 꿈꿨던 투자자들은 결국 피눈물을 흘렸다.

투자하는 족족 주식은 반토막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이씨의 추천 종목은 이씨가 애초에 헐값에 사서 비싸게 팔기 위해 내놓은 주식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씨의 수영장은 개미들의 피눈물로 이뤄진 것이었고 이씨의 부가티는 개미들의 눈물을 연료 삼아 달린 셈이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삶이란 있을 리 없다. 결국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에 잇따라 진정서를 내면서 이씨의 수천억대 사기극은 비로소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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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같은 자본시장법 위반, 금융 사기, 허위 정보로 인한 주식투자 유도 등의 죄는 어쩌면 '흉악범죄'보다 더한 죄일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이 되는 주식시장을 교란시키며, 수많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의 삶까지도 송두리째 앗아가기 때문이다.

일벌백계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수백억대의 주식 사기를 치고도 엄한 처벌을 받는 사례가 별로 없다.

심지어 지난달 15일에는 금융사 직원의 위법행위에 '5년의 공소시효'를 두기로 한 법안이 입법 예고되기도 했다.

금융사 직원들의 '보신주의'를 막기 위한 법이라지만 수십억대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사 직원들이 사기죄를 지어도 5년만 지나면 죄가 사라지는 '맹점'이 있다.

큰 죄를 지어놓고 5년만 버티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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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의 수백억, 수천억대의 횡령죄도 문제다. 행정학 사전에 따르면 횡령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를 말한다.

타인의 돈을 그렇게 많이 횡령하고도 많은 경제인들은 징역 3년도 제대로 살지 않고 특사로 풀려나기 일쑤다.

작지만 전재산을 잃어버린 사람은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리지만 큰 돈을 가로챈 사람들은 큰 벌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주식투자 사기처럼 경제사범들은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건강하게 하려면 '청담동 주식부자' 이씨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경제사범들을 엄벌해야 한다.

경제사범 때문에 재기할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수천명, 수만명에 이르고 이들의 붕괴는 우리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이희진 씨의 체포 소식은 그런 점에서 반갑다. 하지만 그가 절망의 계곡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사법부의 철저한 수사와 엄벌이 요구된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