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04일(월)

"시신이 고깃덩어리로 보여"...취업한 지 2년 만에 사직서 쓴 장례지도사 청년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기 직업 '장례지도사'의 조기 퇴직 사유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젊은 층 사이에서 장례지도사가 '인기 직업'으로 꼽히는 가운데 조기 퇴직하는 현실 사유가 공개됐다.


장례지도사는 유족 상담부터 시신 관리, 빈소 설치 등 장례 의식 전반을 총괄하는 직업으로, 고인의 마지막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례지도사 때려치웠다'는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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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장례지도사 일을 그만뒀다는 A씨는 "난 이 직업이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요즘 아무리 기계가 사람 직업을 대신한다고 해도 유가족한테 임종 길을 '사람한테 맡길래, 기계한테 맡길래'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사람을 선택한다"며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선 '매일 곡소리 들으며 살아야 할 텐데 정신적으로 괜찮겠냐'는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하지만 발인할 때 유가족이 울면서 건네는 말들을 최대한 무시하고 공적으로만 대하려 노력했더니 염려는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런데 A씨는 우려했던 일은 사라졌지만 정반대의 문제가 닥쳤다고 고민했다.


A씨는 "감정이입이 아닌 감정 고갈 상태에 빠졌다"며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감정 자체가 안 들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염해야 할 시신이 들어와도 그저 고깃덩이나 마네킹으로 보였다"며 "참혹하게 사고사 한 시신을 봐도 귀찮은 일거리로 여겨졌고, 위층 장례식장에서 우는 유가족들의 소리가 들려오면 '시끄럽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이걸 스스로 깨달은 뒤 무서워서 그만뒀다"며 "앞으로 뭘 해 먹고살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막노동을 해도 장례지도사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글을 마쳤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시신이 고깃덩이처럼 보인다니 충격이다", "감정노동이 심할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네", "나 같아도 내 자신이 무서워져서 일 못할 듯"이라고 반응했다.


한편 장례지도사는 정부 인증 교육원에서 현장 실습 등 300시간의 교육을 받은 뒤 자체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자격이 주어진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경기에서 해당 자격증을 딴 사람은 711명이었다.


이 중 301명(42.3%)은 20~30대였으며, 해당 비율은 지난 2020년 32%에서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