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직업 '장례지도사'의 조기 퇴직 사유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젊은 층 사이에서 장례지도사가 '인기 직업'으로 꼽히는 가운데 조기 퇴직하는 현실 사유가 공개됐다.
장례지도사는 유족 상담부터 시신 관리, 빈소 설치 등 장례 의식 전반을 총괄하는 직업으로, 고인의 마지막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례지도사 때려치웠다'는 글이 올라왔다.
2년 만에 장례지도사 일을 그만뒀다는 A씨는 "난 이 직업이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요즘 아무리 기계가 사람 직업을 대신한다고 해도 유가족한테 임종 길을 '사람한테 맡길래, 기계한테 맡길래'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사람을 선택한다"며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선 '매일 곡소리 들으며 살아야 할 텐데 정신적으로 괜찮겠냐'는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하지만 발인할 때 유가족이 울면서 건네는 말들을 최대한 무시하고 공적으로만 대하려 노력했더니 염려는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A씨는 우려했던 일은 사라졌지만 정반대의 문제가 닥쳤다고 고민했다.
A씨는 "감정이입이 아닌 감정 고갈 상태에 빠졌다"며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감정 자체가 안 들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염해야 할 시신이 들어와도 그저 고깃덩이나 마네킹으로 보였다"며 "참혹하게 사고사 한 시신을 봐도 귀찮은 일거리로 여겨졌고, 위층 장례식장에서 우는 유가족들의 소리가 들려오면 '시끄럽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이걸 스스로 깨달은 뒤 무서워서 그만뒀다"며 "앞으로 뭘 해 먹고살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막노동을 해도 장례지도사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글을 마쳤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시신이 고깃덩이처럼 보인다니 충격이다", "감정노동이 심할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네", "나 같아도 내 자신이 무서워져서 일 못할 듯"이라고 반응했다.
한편 장례지도사는 정부 인증 교육원에서 현장 실습 등 300시간의 교육을 받은 뒤 자체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자격이 주어진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경기에서 해당 자격증을 딴 사람은 711명이었다.
이 중 301명(42.3%)은 20~30대였으며, 해당 비율은 지난 2020년 32%에서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