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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발전 더딘 이유 '야구방망이' 때문"...WBC 준우승 '레전드' 김태균이 남긴 글

한화이글스의 레전드로 평가받는 전 야구선수 김태균이 WBC에서 8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야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인사이트WBC 2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패배한 직후 한국 야구대표팀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위, 2009 WBC 준우승 경력에 빛나는 김태균이 후배들을 위해 남긴 글이 화제다. 


지난 14일 김태균은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인정하자, 그러나 좌절 금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세 대회 연속 WBC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것과 관련해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이다. 


김태균은 "우리 대표팀은 최선을 다했다. 실력이 부족한 거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인사이트2017 WBC 당시 김태균


그는 "우리 선수들은 방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긴장해서 제 플레이가 나오지 않은 것"이라며 "자신의 컨디션과 상대의 기량을 보면 어떤 경기가 나올지는 선수들이 잘 안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은 경기를 치를수록 부담을 느꼈다. 이걸 파악해서 스태프가 먼저 움직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했다. 


김태균은 한국 야구의 구조적인 문제를 꼬집으며 야구 발전이 느린 이유 중 하나로 '나무 방망이'를 꼽았다. 


그는 "나는 고교 때까지 알루미늄 배트를 썼다. 2001년 프로에 입단한 뒤 본격적으로 나무 방망이에 적응했다"고 밝혔다. 


인사이트중국전 승리 후 이강철 감독 / 뉴스1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큰 문제는 없었다. 고교 시절에는 성장기였기 때문에 알루미늄 배트의 뛰어난 반발력을 활용했다. 성인이 되어 힘이 세진 후 나무 배트에 적응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베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2004년 고교 야구에서 나무 배트를 쓰도록 규칙이 바뀌었다. 알루미늄 배트를 쓰면 타자에게 유리하니까 투수의 혹사와 부상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가장 컸다고 들었다"고 했다. 


김태균은 이후 고교 야구에 '투고타저' 현상이 지속됐다며 이 변화가 KBO리그에 영향을 끼쳤고, 어린 타자들이 자신만의 스윙을 만드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이트김태균 / 뉴스1


김태균은 "고교생 힘으로 반발력이 떨어지는 나무 배트를 휘둘러서 좋은 타구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제 스윙을 하기보다 공을 맞히기 급급하다"며 현실을 꼬집었다. 


타자가 치기 어려운 배트는 투수들에게도 기본기를 다질만한 기회를 적게 주고 결국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김태균은 운동선수들의 학습권 보장 이슈 역시 한국야구의 발전을 더디게 만든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좋은 뜻이라는 건 알지만 스포츠 현장에서는 부작용이 더 많다"며 "학벌사회가 아닌 전문가 시대에 프로선수가 되겠다는 고교 선수의 운동할 권리를 막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인사이트귀국하는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 / 뉴스1


또 고교나 프로에서도 훈련과 단련의 부족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태균은 "인체는 쓰면 쓸수록 소모되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단련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훈련과 트레이닝, 컨디셔닝은 인체의 내구력을 키운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 지도자들이 투구 수를 세느라, 투수의 성장을 간과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내 시대만 해도 한 우물만 판다는 심정으로 엄청나게 많이 훈련했다"며 이대호, 추신수, 정근우 등 자신의 동기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인사이트김태균 / 뉴스1


김태균은 마지막으로 "한국야구 인프라가 세계적인 수준인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프로야구를 생활 체육으로 여길 게 아니라면 KBO리그 각 구단들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10년, 20년을 내다보는 마음으로 씨앗을 뿌려야 한다. 좋은 스태프를 구성하고 뛰어난 선수를 육성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야구 선배들이, 구단 스태프가 각자 할 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야구의 현주소를 지적하고 "나부터 반성하겠다"고 했다. 후배들에게는 "좌절 금지, 다시 해보자!"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 이하 김태균 블로그 전문


본 도쿄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과를 보고 야구팬이 많이 실망했다. 야구 해설을 하는 내게 이렇게 묻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 야구 대표팀, 최선을 다한 건가요?"


내 대답은 분명하다.


"네. 최선을 다했습니다. 실력이 부족한 거죠. 그건 인정해야 됩니다."

야구 선배로서 대표팀 후배들이 정말 잘해주길 바랐다. 사실 전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한국이 호주와 일본에 연패한 후 미디어에서는 수많은 비난 기사가 쏟아졌다. 야구인들이 인터뷰나 개인 SNS를 통해 날 선 비판을 하는 것도 봤다. 그 말들이 틀리지 않다는 것도 안다.

나도 블로그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국야구가 발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한국 야구는 수많은 ‘참사’ 위에서 재기했다.

복기하자면, 9일 호주전이 두고두고 아쉽다. 8회 말 상대 투수가 흔들렸을 때 역전하지 못한 게 그랬고, 9회 말 무사 1루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충격적 패배의 후유증은 10일 일본전으로 이어졌다. 부담감이 짓누른 우리 선수들 어깨에 힘이 더 들어갔다.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풀스윙만 해댔다. 큰 스윙이 아니라 강한 스윙이 필요한 순간에 그걸 하지 못했다. 그래서는 일본 투수들을 당해낼 수 없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원래 제구가 좋지 않은데 자신보다 강한 타자를 상대하려니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우리보다 강한 일본 타자들도 하위 타선에 배치되면 안타보다 출루에 집중했다. 언더독인 한국이 해야 할 야구를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일본이 한 것이다.


"고교 선수들은 알루미늄 방망이를 쓰자"


우리 선수들은 방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긴장해서 제 플레이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자신의 컨디션과 상대의 기량을 보면 어떤 경기가 나올지는 선수들이 가장 잘 안다. 선수들은 경기를 치를수록 부담을 느꼈다. 이걸 파악해서 스태프가 먼저 움직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진짜 문제는 한국 야구의 '구조'에 있다. 야구 발전이 더딘 이유 중 하나가 나무 방망이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고교 때까지 알루미늄 배트를 썼다. 2001년 프로에 입단한 뒤 본격적으로 나무 방망이에 적응했다. 그 과정에서 큰 문제는 없었다. 고교 시절에는 성장기였기 때문에 알루미늄 배트의 뛰어난 반발력을 활용했다. 성인이 되어 힘이 세진 후 나무 배트에 적응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2004년 고교 야구에서 나무 배트를 쓰도록 규칙이 바뀌었다. 알루미늄 배트를 쓰면 타자에게 유리하니까 투수의 혹사와 부상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가장 컸다고 들었다. 이후 고교 야구는 ‘투고타저’ 현상이 지속됐다.

이 변화가 KBO리그에도 영향을 끼쳤다. 나무 방망이만 쓰는 어린 타자들은 '자기 스윙'을 만드는 데 애를 먹는 것 같았다. 고교생의 힘으로 반발력이 떨어지는 나무 배트를 휘둘러서는 좋은 타구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제 스윙을 하기보다 공을 맞히기 급급했다. 프로 입단 후 벌크업을 하고 스윙을 다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고교 야구에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자는 주장은 타자 입장만 생각한 게 아니다. 고교 투수들은 나무 배트를 든 타자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무 배트 스윗 스폿에 제대로 맞히지 않는 이상 장타가 나오기 어렵기에 투수는 빠른 공으로 타자를 압도했다. 예리한 제구와 변화구 구사가 투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졌다.

그렇게 성장한 고교 투수들이 프로에 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속은 빠르지만, 투수로서 기본기가 모자란 경우가 많다. 이런 투수들을 상대하는 타자의 발전 속도도 더딜 수밖에 없다. '고교 선수의 배트가 국가대표팀 경기력에 무슨 영향을 주느냐'는 분도 계시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야구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 고교 선수들이 알루미늄 배트를 쓰는 이유가 있다.


"소모만 걱정하지 말고 단련하자"


또 하나. '고교 야구 주말리그제'로 대표되는 운동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 이슈가 있다. 이 제도는 중고교 선수들이 정규 수업을 충분히 듣고 경기는 주말에 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좋은 뜻이라는 건 알지만, 스포츠 현장에서는 부작용이 더 많다. '학벌 사회'가 아닌 '전문가 시대'에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고교 선수의 운동할 권리를 막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공부는 꼭 고등학교 때, 책상에서만 한다는 생각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현상은 제도의 문제만이 아니다. 고교나 프로에서도 훈련 또는 단련의 부족함을 느낀다. 특히 투수의 어깨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기본기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인체는 쓰면 쓸수록 소모되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단련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훈련과 트레이닝, 컨디셔닝은 오히려 인체의 내구력을 키운다. 현장 지도자들이 투구 수를 세느라, 투수의 성장을 간과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지금 20~30대 젊은 선수들은 이런 환경에서 야구를 한 선수들이다. 내 시대만 해도 한우물만 판다는 심정으로 엄청나게 많이 훈련했다. 이대호, 추신수, 정근우 등 특출한 동기생들이 있었다. 그래도 일본을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과연 한국 야구의 인프라가 세계적인 수준인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 4000개 고교팀이 있는 일본과 고교팀이 100개도 되지 않는 한국이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까? 게다가 여러 제도의 변화는 엘리트 스포츠를 위축시키고 있다.

프로야구를 생활체육으로 여길 게 아니라면 KBO리그 각 구단들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 투수 영입에 올인하고, 미국 측정 장비를 사들이는 것만으로 한국 야구가 발전하지 않는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마음으로 씨앗을 뿌려야 한다. 좋은 스태프를 구성하고 뛰어난 선수를 육성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야구 선배들이, 구단 스태프가 각자 할 일을 찾아야 한다. 나부터 반성하겠다.

그래도 선배로서 우리 선수들에게 이 말은 꼭 해야겠다.

"좌절금지, 다시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