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26℃ 서울
  • 23 23℃ 인천
  • 26 26℃ 춘천
  • 27 27℃ 강릉
  • 26 26℃ 수원
  • 26 26℃ 청주
  • 27 27℃ 대전
  • 24 24℃ 전주
  • 28 28℃ 광주
  • 29 29℃ 대구
  • 24 24℃ 부산
  • 24 24℃ 제주

안창호·윤동주·황순원 직접 만났는데도 여전히 살아계신 103세 할아버지의 정체

대한민국 최고령 수필가이자 철학자이고,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인 김형석 교수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산증인이다.

인사이트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윤동주 시인, 황순원 작가, 그리고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님. 우리가 보통 역사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위인들이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 대다수는 이들의 삶과 업적을 몇 줄의 글 또는 이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나 영화 등의 영상으로 접한 게 전부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 모두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최고령 수필가이자 철학자이고,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인 김형석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올해 103세인 김 교수가 출연했다. 


인사이트도산 안창호 / 독립기념관


김 교수는 "아마 지금 살아있는 사람 가운데 도산 안창호 선생을 직접 뵌 분은 내가 유일할지 모르겠다. 내가 그분 마지막 설교를 듣고 6개월 후에 감옥에 재수감돼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이어 "윤동주하고는 중학교 3학년까지 같이 다녔고, 황순원 작가는 2~3년 선배가 된다"고 밝혔다. 


김현정 앵커는 "바로 이런 분이다. 살아있는 역사책, 걸어 다니는 역사책 같은 분 김형석 교수"라고 소개했다. 


1920년생인 김 교수는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태어났다. 이후 신망학교를 거쳐 창덕학교를 다녔는데 김일성이 이 창덕학교를 다녔다. 김 교수보다는 선배로 나중에 인연이 돼 김일성과 만나기도 했다. 


인사이트윤동주 시인 / Wikipedia


초등학교를 마친 김 교수는 평양에 있던 미션스쿨 숭실중학교에서 진학한다. 이곳에서 전학 온 친구 윤동주와 함께 수학했다. 


윤동주 시인은 김 교수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김 교수는 윤동주 시인을 "동주 형"이라고 불렀다며 "그 형이 나보다 공부는 못했지만 꿈은 더 컸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황순원 작가에 대해서는 "중학교 다닐 때부터 '난 소설로 일생을 산다'고 했다. 그래서 평생을 글로 살았다"며 "나는 꿈이 없어서 그게 또 부러웠다"고 회상한 바 있다. 


고등학생 때는 도산 안창호의 설교를 듣기도 했다. 안창호는 오래지 않아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재투옥됐으며, 건강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인사이트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해방 후 그는 평안남도 인민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나 공산주의 색채가 강해지자 위원직을 사퇴하고 농촌 교육에 나섰다. 그러나 반공 성향 탓에 잦은 감시와 탄압이 지속되자 1947년 월남했다. 


지난 2021년 한 방송에 출연했던 김 교수는 "고향 주민들은 모두 공산주의자가 되거나 쫓겨 나갔고, 나도 숨어다니느라 집에 가질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교편에서 평생을 보냈다. 


2020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쉽게 믿기지 않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살아있는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인사이트YouTube 'CBS 김현정의 뉴스쇼'


CBS라디오에 출연한 김 교수는 어릴 적 몸이 약했다고 한다. 


14살 때엔 "하나님 나도 오래 살고 싶습니다. 건강을 주시면 주시는 동안에 제가 나를 위해서 일하지 않고 하나님을 위해서 일하겠습니다"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김현정 앵커는 김 교수에게 "교수님, 요즘 사는 게 쉽지 않다, 힘들다, 팍팍하다. 이런 호소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왜 이렇게 다들 힘들어하는 걸까"라고 물었다. 


김 교수는 "나 자신이 확고해야 할 거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젊은이들은 희망을 만들어가는 거지 까놓고 주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인사이트YouTube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이어 아버지가 해줬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나와 내 가정 걱정만 하면서 살게 되면 내가 가정만큼밖에 자라지를 못한다. 그런데 언제나 민족과 국가를 걱정하면서 살게 되면 민족, 국가만큼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계속 공부하는 사람, 독서를 계속하는 사람은 성장한다고 본다. 또 문학을 좋아했다든지 음악을 좋아했다든지 예술적인 정서를 풍부히 가졌던 사람들이 늙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정적으로 메마르면 늙어버린다. 정서적으로 늙지 않아야 하고,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사람에게 주어진 혜택이 늙지 않는 거다"고 했다. 


아울러 "돈에 노예가 되는 건 바보다. 경제의 노예가 된 사람은 부자가 됐어도 인생의 3분의 1을 살고, 정신적 가치까지 느끼는 사람은 3분의 2를 살고, 사회적 보람까지 느끼면 100일 사는 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