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인영 기자 = 제주도에서 술에 취한 채 오픈카를 운전하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연인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12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확정,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앞서 김씨는 2019년 11월10일 새벽 1시께 제주 한림읍의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렌트한 오픈카를 몰다 도로 연석과 돌담, 경운기를 연이어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있던 여자친구 A씨는 사고 충격으로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 머리 등을 크게 다쳤다. A씨는 여러 차례 대수술을 받고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 2020년 8월 사망했다.
검찰은 A씨가 김씨의 이별 요구를 거절해 온 점, 사고 전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고 김씨가 "안전벨트 안 했네?"라고 묻자 A씨가 "응"이라고 답한 점, 사고 직전 김씨가 시속 114㎞까지 급가속한 점 등을 이유로 김씨를 살인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1심은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음주운전 혐의만 유죄로 보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픈카는 사고가 날 경우 운전자도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오직 피해자를 해치기 위해 사고를 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사고가 음주운전 중 과실에 의한 것인지, 살인을 위한 고의에서 비롯된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1심이 살인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은 기존 혐의에 예비적 공소사실로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예비적 공소사실은 주위적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사실이다.
2심 재판에서는 살인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로 나왔지만 음주운전과 함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는 유죄로 판단됐다. 이에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살인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판단에 수긍이 가고 추가 조사한 증거들까지 살피더라도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살인 혐의는 원심의 무죄를 확정지었다.
위험운전치사 혐의도 원심과 같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선고 직후 "죄송하다"고 짧게 말한 뒤 법정구속됐다.
A씨 유족은 "1심 판결과 비교하면 감사한 일이지만 딸의 남은 60년 인생을 빼앗아간데 비하면 4년형은 말이 안 된다"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