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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4기 판정 후 '폐경·탈모' 온 30대 여성 글에 사람들은 눈물을 쏟았다

2022년 항암 치료를 받으며 힘든 시간을 버틴 여성의 글이 감동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암 4기 판정 받은 트위터리안이 남긴 장문의 '2022년 소감'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워커홀릭으로 살아가던 30대 여성이 자신의 SNS에 암 4기 판정을 받은 후 보낸 2022년 시간들을 글로 남겼다.


해당 글은 순식간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많은 이들이 접했다. 글을 읽은 사람들은 눈물을 쏟으며 그녀에게 공감과 응원을 보냈다.


지난달 31일 트위터리안 A씨는 자신의 계정에 2022년을 보낸 소감을 장문의 글로 풀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인생의 황금기인 30대에 불현듯 찾아온 '암'


30대 후반에 접어든 A씨는 올해 4기 암 판정을 받고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겨우 존재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평소 규칙적으로 필라테스와 걷기 운동을 해 왔던 그였기에 A씨는 "내가 암 환자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도 인정받으며 인생의 황금기 정점에 다다른 그에게 찾아온 암은 A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BS1 '너는 내 운명'


그는 45차례에 달하는 지옥 같은 방사선 치료와 23번의 항암 치료를 견디며 폐의 일부를 잘라냈다. 또 조기 폐경, 탈모, 체형 변화 등 30대 여성으로서 겪고 싶지 않은 일들을 경험했다.


다만 A씨는 "상실 이상으로 얻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암을 통해 "나라는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 온전히 탐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치료 중간중간 유럽에 머물며 원 없이 사진을 찍었다. 또 업무로 손을 놨던 그림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일을 놓은 뒤에야 비로소 찾게된 즐거움이었지만, 치료 때문에 눈이 침침해 오래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 "잘 죽는 것과 잘 사는 것은 일맥상통해"


A씨는 "치료가 잘 되어 2022년을 마무리 짓지만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알고 있다"며 무거운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잘 죽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론은 간단하다, 잘 죽는 것과 잘 사는 것은 일맥상통하다"고 말했다.


말미에는 "잘 살고 잘 죽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에 몰입하는 것"이라 결론 내렸다. 이어 "현재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슈퍼파워'라며 새로 얻은 힘을 가지고 올해를 시작해본다"고 다짐했다.


사연을 접한 이들은 A씨를 응원하며 공감의 글을 쏟아냈다.


이들은 "꼭 회복하시길 바라겠다", "우연히 글을 읽었는데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현재에 몰입한다는 말에 많은 공감을 했다", "저도 희망을 가질 테니 글쓴이님도 희망을 잃지 말길", "쾌차하세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트위터리안 A씨의 전문이다.


2022년. 올해 나는 4기암 판정을 받고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쯤에 겨우 존재했다. 판정받기 전의 나는 일주일에 3회 필라테스, 매일 만보씩 걷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가 암 환자일 거라곤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증상들이 나타나도 30대 후반의 노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커리어적으로 나는 꽤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특별히 뭘 바라고 일한 적은 없지만 조직과 사람을 키우는 일에 몰입했더니 유명한 워커홀릭이 됐고 회사에서도 임원 승진 타임라인을 6-12개월 정도로 본다고 힌트를 여러 번 줬다. 스트레스는 많았지만 이 정도 스트레스 안 받고 사는 직장인이 어딨나.


어떻게 보면 인생의 황금기 정점에서 하루아침에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45번의 지옥 같은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23번의 항암 치료를 견뎠다. 폐의 일부를 절제했고 가슴에 키모포트를 삽입했다. 조기 폐경, 탈모, 체형 변화 등 30대 여자로서 그 누구도 겪고 싶지 않은 일들을 겪었다.


하지만 상실 이상으로 얻은 것들도 많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나게 사랑받는 사람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나를 옭아매던 것들에서 벗어나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들에 집중해 볼 수 있었고, 직장과 타이틀을 떼버린 나라는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 온전히 탐구할 수 있었다.


치료 쉬는 도중에 유럽에 3주나 머물면서 원 없이 사진 찍으며 잠시 포토그래퍼의 삶을 살아봤다. 항암 때문에 발 신경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돌아다니느라 고생했지만 내가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이 느껴지고 감사한 보물 같은 순간들이었다.


그림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시작할 엄두도 안 나는 작업들인데 암 덕에 업그레이드된 갬성으로 술술 잘 그려지더라. 전시회도 하고 싶고 어린이 동화책도 그리고 싶고 친구들 초상화도 그려주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치료 때문에 눈이 침침해서 더 못하는 게 안타깝다.


우여곡절 끝에 치료가 잘 돼서 2022년을 마무리 짓지만 암이란 게 그렇듯 언제든 상황이 급변할 수 있고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통계학적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훨 높다. 잘 죽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론은 간단했다. 잘 죽는 것은 잘 사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잘 살고 잘 죽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에 몰입하는 것.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현재 내 눈앞에 있는 사람들과 매 순간을 온전하게, 가득하게, 충만하게 사는 것. 현재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슈퍼파워다. 나는 새로 득템한 이 슈퍼파워를 갖고 2023년을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