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둑 김, 뜻밖의 기능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기름을 발라 구워 소금을 뿌린 바삭한 김은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입이 심심할 때는 간식이 되기도 하고,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이렇게 한국인의 밥상에 친숙한 김은 약 70%가 전라남도에서 생산된다.
해외에서의 인기도 좋아 수출 상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최근 한국의 이런 김 산업에 주목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미 항공우주국(NASA)다.
지난해 NASA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나라의 전남 완도군의 해조류 양식장 인공위성 사진을 소개했다.
완도를 중심으로 한 이 사진에는 다도해의 만과 작은 해협 사이에 점선처럼 흩어져 있는 해조류 양식장을 볼 수 있다.
NASA는 김과 미역과 관련한 한국의 전통을 소개하며 해조류 양식이 환경친화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NASA가 '김'에 주목한 이유
NASA는 인류가 전 세계적으로 소비하는 모든 해초의 약 90%가 양식되는데 다른 유형의 식량 생산보다 해조류 양식은 담수 수자원이나 비료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했다.
아울러 해조류가 성장하면서 대기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를 보다 보면 '탈탄소', '탄소중립'이란 용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대기 중 탄소 대부분은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 탄소는 온실효과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탄소의 배출양이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
탄소의 배출을 줄이고 탄소가 원활하게 순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지구 지키는 파수꾼, 해조류와 갯벌
탄소와 관련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블루 카본'이다.
블루 카본은 해양 생태계의 자연적인 작용으로 인해 탄소가 바다로 흡수되고 심해로 가라앉으면서 기후 위기의 완화를 돕는 작용을 말한다.
특히 블루카본에서 바다 속 해양 생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우리나라 바다에서 서식하고 있는 해조류들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열대우림보다 많게는 5배 맣은 것으로 밝혀졌다.
2007년 부산대학교 연구진은 우리나라 연안의 해조류들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가 연간 최대 3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2016년 네이쳐 지오사이언스지에 게재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해조류가 매년 2억 톤의 탄소를 격리할 수 있고, 그 중 90%는 심해에 묻히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9년 커렌트 바이올로지 저널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연안 수역의 3.8%에 해당하는 면적에 해조류를 양식하면 약 500억 달러 규모의 농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을 상쇄할 수 있다.
갯벌도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 5대 갯벌로, 승용차 11만 대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수준인 연간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한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12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해양 영토 수호 및 지속 가능한 해양 관리'를 내세웠다.
정부는 블루카본 확대를 위해 갯벌과 바다숲 등 탄소흡수원을 늘리고, 친환경 부표를 보급해 해양쓰레기를 예방하는 등 깨끗한 바다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