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때부터 '쇠 상자'에 갇혀 살다 구조돼 세상밖으로 나오자 '어리둥절'한 백구
트럭 아래 개조된 40cm 크기의 쇠 상자에 갇혀 살던 백구가 구조됐다.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아기 때부터 트럭 아래의 40cm 쇠 상자에 갇혀 살던 개가 구조됐다.
트럭 아래 쇠 상자에 갇혀 살던 백구는 누울 수도 없었다. 그 안에는 사료와 물까지 있었기에 그것을 비켜 눕지도 못하고 구부린 채 앉아 있어야 했다.
백구는 성장하면서 몸이 휘기 시작했고,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다리 근육도 별로 없었다. 그 안에 갇힌 채 백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울부짖는 것밖에 없던 듯하다.
주인 할아버지만 믿고 따르며 좁은 세상을 집이라고 여긴 채 힘겹게 살아왔을 백구는 한 동물권단체에 의해 구조된 후 보다 넓은 세상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게 됐다.
지난 12일 동물권단체 '케어'의 인스타그램에는 트럭 아래 개조된 쇠 상자에 갇혀 살다 구조된 백구의 사연이 게재됐다.
백구의 주인인 할아버지는 5일 장날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판다. 할아버지는 어쩌다 산에서 아기 강아지 둘을 발견했는데 한 마리는 죽어 있었고 물웅덩이에 빠져 있던 한 마리를 데려와 우유 먹여가며 기른 것이 백순이(백구)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구의 덩치가 커지고 자꾸 짖는 통에 트럭 밑에 쇠 상자를 만들어 그곳에 넣어 둔 채 여러 지역의 5일 장을 함께 다녔다는 설명이다.
할아버지의 마음과 달리 백구는 얇은 쇠 판으로 만들어진 쇠 상자에서 차가 덜컹거리며 달릴 때 나는 진동을 고스란히 느꼈을 것이다. 만약 뒤에서 다른 차에 받히기라도 하면 즉사할 수도 있는 위험한 공간이었다.
스스로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서 자란 건지도 모르는 이 백구는 세상 밖으로 나와 할아버지를 떠나면서 어딘가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오히려 할아버지를 보고서 꼬리를 흔들며 좋아하기까지 했다.
케어는 "그저 우유 먹여 기른 백순이를 끝까지 기르고 싶은 마음, 어디든 데리고 다니고 싶은 마음과 무지함이 백순이를 쇠 상자에 가두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 있던 사실 그대로를 말씀드리자면 할아버지는 백순이를 포기하고 떠나보내며 많이 울었다. 백순이도 할아버지를 보고 많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다른 물리적 폭행은 없었던 것 같다"면서도 "이제 한 살인 백순이를 위해서 백순이는 더 좋은 환경을 찾아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사육공간과 관리 의무가 규정돼 있다. 체장 2~2.5배 이상이어야 하며 섰을 때 머리가 닿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반해 상해를 입거나 질병이 유발될 시에는 2년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