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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가지 마, 사람들이 많이 죽고 있어"···아버지 당부에 미얀마 청년이 한 약속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던 한 청년이 사망했다.

인사이트린 텟 / 미얀마 나우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총과 칼을 들고 나라를 점령한 군부.


민주주의를 꿈꾸던 미얀마 청년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뜻을 모아 거리로 나가려 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고 알고 있었던 것일 테다. 


그런 아들을 본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라도 걱정되지만,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들이 걱정됐던 아버지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들아, 가지 말거라.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지 않니…"


인사이트Twitter / eminetra


미얀마 대학생 린 텟(19)은 아버지의 이 말을 듣고 웃으면서 답했다. 시위 현장에서 쓰레기나 주울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아들의 웃음과 말은 모두 '마지막'이었다. 아버지는 이제 린 텟의 웃음도, 육성도 들을 수 없게 됐다. 시위 현장에서 린 텟이 군경의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끝내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쿠데타 항의 시위에 참석한 린 텟은 쓰레기만 줍고 있지는 않았다. 사제 방패를 들고 동료들에게 향하는 고무탄을 막았다.


시위대 선봉에 선 그는 거세게 군경에 항의했다. 그 뒤 '사망 보도'가 나왔다.


13일 미얀마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시위대 청년 린 텟이 군경의 폭력에 의해 숨을 거뒀다"라고 보도했다.


인사이트의료 봉사팀 'Mon Myat Seik Htar'을 폭행하는 미얀마 군경 / YouTube 'Guardian News'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현지 SNS에서도 린 텟의 사망 이야기가 퍼졌다. 정체 모를 영상도 퍼졌다. 영상 속 한 남성은 신과 군인 옆에 웅크린 채로 앉아 "린 텟이 넘어지면서 혀를 깨무는 바람에 죽었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영상 속 남성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시위대 중 그를 봤다는 사람도 없다. 죽었지만 사인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


미얀마 당국은 린 텟의 시신을 유족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어 또 논란이 되고 있다.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난 아들의 얼굴이라도 보고, 장례라도 치러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은 속은 타들어간다. 군 병원 그 어느 곳에도 시신이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아버지는 호소했다.


인사이트현장 의료진에게 총을 겨눈 미얀마 군경 / 온라인 커뮤니티


아버지 조 린은 "그럼에도 나는 아들을 평생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린 텟의 죽음에 여러 의문부호가 달리는 상황이다. 함께 시위를 한 이는 "린 텟이 혀를 깨물어 죽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분명 머리를 맞아 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얀마에서는 지난달(2월) 1일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항의 시위에 참여한 젊은이들이 잇따라 숨지고 있다.


유엔 미얀마 톰 앤드루스 특별 보고관은 "쿠데타 이후 최소 70명 이상이 군경에 의해 숨을 거뒀다"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 젊은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