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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몇 대 맞았지?"···자식 때린 횟수만큼 통장에 돈 넣어주는 부모

자식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그 대신 돈을 주는 부모님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gesBank


[인사이트] 천소진 기자 = "오늘은 한 40대 맞았니? 50대인가?"


부모님의 물음에 침묵을 지키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500만 원이 입금됐다는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항상 이런 식이다. 부모님께 손찌검을 당한 날이면 언제나 돌아오는 건 사과가 아닌 돈이었다.


돈을 받고 매질을 당하는 자신도 너무 싫고, 이런 인생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N '시그널'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gesBank


옛날부터 부모님은 때리고 난 후에 항상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어릴 적 몸 곳곳 여러 대 맞은 날, 그 자리에서 지갑을 열어 5만 원짜리 여러 장을 툭 던진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폭력을 휘두르면 보상이라고 해야 할지 위로라고 해야 할지 모를 돈이 뒤따라오곤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gesBank


20살인 현재 통장에 들어있는 돈을 보면 그 액수가 꽤 두둑하다.


어릴 때부터 세뱃돈이나 용돈을 저축했던 통장인데 그것보다는 맞아서 받은 돈이 더 많이 들어있는 것 같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 없다지만, 잔액이 적힌 통장을 바라보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한 번은 편의점에서 카드 계산을 하는데 '이 돈이 내가 맞아서 얻게 된 돈이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자괴감에 빠진 적이 있다.


맞아서 번 돈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 기분이 나빴고 사기 쳐서 얻은 돈처럼 원래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돈 주고 1회성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걸까. 맞고 나서 얻은 상처가 돈만 주면 다 해결되는 줄 아는 걸까.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더 큰 걱정은 나조차 부모님처럼 변해가는 것 같다는 점이다. 이렇게 살다 보니 주변인들에게 미안할 일이 생기면 돈부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 번쯤은 부모님한테 왜 이렇게 키우냐며 화내고 싶은데 아직은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런 부모님이 또 있을까.


해당 사연은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 올라온 내용을 재구성한 글이다.


주인공의 말처럼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가지게 된 돈을 누가 달가워할 수 있을까.


자식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돈으로 상처가 치유될 거란 생각을 하는 태도도 큰 잘못이다.


부모로서 자식과의 관계를 돈으로 매듭짓는 방식이 옳은 건지, 그에 앞서 자식을 바르게 키울 방법이 과연 폭력밖에 없는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