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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사나이”를 내쫒은 사람은 우리

애들아! 미안하구나! 우리가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대가를 지불했으면, 오늘 너희들은 우리와 같이 저녁식사를 같이하고 있을 텐데...


【가정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피리 부는 사나이”는 누구인가? 

2014년 4월15일 그날 이후 1달이 훨씬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가 생각났다. 

옛날에 읽었던 그 동화가 주는 교훈은 약속과 그 지킴이었다. 하지만 내 머리 속에 스쳐지나간 교훈은 그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나 큰 희생을 줄 것이라는 것과 뒤늦은 후회는 우리에게 슬픔 이상 아무 것도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나 참혹하다는 것 이었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독일에 하멜른이라는 도시가 있었다. 

그 도시에는 너무 많은 쥐들이 득실거려 마을사람을 괴롭히자 마을 관리와 사람들은 이 골치 아픈 쥐를 어떻게 하면 퇴치할까 고민하였다. 

어느 날 이상한 기운을 가진 사나이가 나타나 돈을 주면 쥐를 모두 없애 주겠다고 장담하였다. 

이 사나이(안전지킴이)가 피리를 들어 부니 쥐들이 이 사나이를 따라갔고 그 사나이는 쥐들을 모두 강물에 빠트려 사라지게 하였다.

 이 사나이가 보수(안전비용)를 요구하자 평화로워진 마을사람들은 갑자기 돈을 주기 아까워 이 사나이를 그냥 쫒아 버렸다 (안전불감증). 

이후 어느 날 마을에 다시 나타난 “피리 부는 사나이”는 자신의 피리로 마을의 아이들을 현혹시켜 마을을 데리고 나아가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희생). 

이 사나이를 따라 갔다가 걸음이 늦어 쫒아가지 못해 돌아 온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사려졌다는 것과 그 사나이의 피리소리는 너무나 황홀하였다는 것을 증언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는 자신의 아이들 모습을 볼 수 없었다(뒤 늦은 후회).

우리는 “피리 부는 사나이”를 왜 쫒아 내었는가? 

우리 마을 사람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외면하였다. 

그를 외면한 이유는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지불해야 할 그 비용 때문이었다. 사실 전체적으로 그 비용은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마을 사람들이 갹출하면 개별 마을 사람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 돈을 다른 일에 사용하면 보다 효율적인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 돈이 너무 아까웠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슬픔을 나누고 서로를 치유하는 의미의 프리허그 행사 ⓒ연합뉴스


그리고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약속한 금액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겉으로 왜소하고 힘 없어 보이는 “피리 부는 사나이”도 별 수 없을 것으로 마을 사람들은 믿기 시작하였고 나중에 모두 그렇게 믿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마을 밖으로 내 쫒았고 한 동안 그를 잊고 살았다. 어느 날 다시 그 “피리 부는 사나이”이가 나타나 마을을 서성거렸다. 

만약 그 때라도 이성적인 판단을 가지 그 누군가 그에게 “우리가 잘못 했소” “우리가 당신을 내 쫒은 것은 잘못한 것이요” “우리가 약속한 금액보다 적지만 우리가 대가를 지불 하겠소”라고 하였더라면 다른 양심있는 마을 사람들이 그 말을 거들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마을 사람들은 그러한 양심도 그리고 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마을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던 것은 아마도 마을 사람들에게 이러한 대답을 듣고 싶어서였을지 모른다. 

끝끝내 아무런 이야기가 없자 “피리 부는 사나이”는 피리를 불기 시작하였다. 아직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이 피리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생각하지 못했고 아니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 피리소리가 어떤 참혹한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을 아이들이 모두 사라진 이후 가족 식사 자리에 텅 빈 의자를 발견할 때까지...... 걸음이 늦어 쫒아 가지 못한 아이가 “피리 부는 사나이”가 모든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다고 이야기 하기 전까지 아무도 몰랐다. 

애들아! 미안하구나! 우리가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대가를 지불했으면 오늘 너희들은 우리와 같이 저녁식사를 같이하고 있을 텐데......  정말 미안하고 부끄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