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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던 제가 한 나라의 '공주'였습니다"

엄마와 단둘이 가난하게 살던 한 여성은 14살 때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독특한 스토리와 앤 해서웨이의 리즈 시절 비주얼로 2001년 개봉 후 지금까지도 '하이틴 영화의 정석'으로 회자되는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어릴 적 돌아가신 아빠가 왕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하루아침에 한 나라의 공주가 된다는, 십대 소녀라면 한 번쯤 꿈꿨을 로망을 채워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 이런 일을 실제로 경험한 여성이 있다.


지난 22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바이스는 14살에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여성의 이야기를 전했다.


인사이트vice


인사이트Facebook 'humansofnewyork'


매체에 따르면 칼라 브리주엘라 페레즈(Carla Brizuela-Perez)라는 여성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 단둘이 살았다.


칼라는 가끔은 아빠가 없다는 현실에 서럽기도 했다. 5살 때 유치원 선생님이 수업에 부모님을 데려오라고 했을 때도 그랬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태연한 말투로 "네 아빠는 왕이기 때문에 바빠서 못 오셔"라고 말했다.


칼라가 조금 더 자란 후에는 엄마는 젊은 시절 말레이시아 왕과 사랑에 빠져 사생아 딸을 낳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인사이트Facebook 'humansofnewyork'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어릴 적 칼라는 엄마의 말을 믿었지만 커가면서 터무니없는 내용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칼라는 6살 때 필리핀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너무 가난해 셋방을 옮겨 다니며 살던 칼라에게 다른 친구들과 같은 평범한 삶은 사치였다.


리바이스 청바지 하나 사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던 칼라는 친구들이 쇼핑몰에서 옷을 살 동안 엄마와 중고 옷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불평할 수는 없었다. 엄마가 간호사로 밤낮없이 일하며 혼자 힘으로 자신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인사이트Facebook 'humansofnewyork'


인사이트vice


그러던 중 14살이 된 칼라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말레이시아 파항주 술탄의 대리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그는 칼라에게 술탄인 아버지가 만나고 싶어 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그 순간 칼라는 지금까지 엄마가 태연하게 했던 거짓말이 사실이었음을 깨달았다. 바로 자신이 왕의 딸, 공주임을 말이다.


그리고 운명적인 전화를 받은 지 2주 후 칼라는 런던의 호텔 레스토랑에서 아버지와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옆에는 영화 속 왕처럼 수행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칼라는 생각보다 기쁘지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칼라는 주눅이 들었고 딱딱한 분위기 때문에 딸과 아빠의 재회보다 비즈니스 미팅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60대가 된 아버지의 모습은 자신과 똑 닮아있었다. 외모뿐만 아니라 장난기 많은 모습까지.


이후로도 칼라는 아버지를 몇 번 더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만남이 마지막이 됐다.


칼라는 슬픔을 안고 아버지가 술탄으로 있었던 말레이시아 파항주의 주도 쿠안탄에 갔다.


인사이트Facebook 'humansofnewyork'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는 편지를 써 궁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사생아였기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경비원을 통해 편지를 전했다.


칼라는 "경비원 또한 자신이 받는 편지가 왕의 딸이 쓴 편지가 아니라 백성의 편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사생아였던 탓에 가족과 궁에서 살 수도 없었고 평생을 엄마와 가난하게 살아왔으며 아버지의 죽음도 SNS를 통해 알게 됐지만 그는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라도 친아빠를 알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칼라의 영화 같은 사연은 곧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누리꾼들은 "드라마 속에서만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진짜 신기하다", "혹시 나도 어떤 부자의 숨겨진 딸이 아닐까?", "프린세스 다이어리가 현실이었다니"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