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군대 2년' 기다려줬는데 전역하는 날 차였습니다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왕복 9시간이 걸리는 곳에 자대 배치를 받은 너. 때 되면 양손에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그런 너를 보러 가던 나.


널 보기 전날이면 가슴이 뛰고, 고속버스에 올라선 순간부터는 멀미를 잊을 만큼 즐거웠다.


군대에 있는 너를 2년간 기다리면서 나는 행복했는데, 너는 날 언제 차버릴지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말년 휴가 때부터였다, 네가 무뚝뚝해진 건. 병장이 되어서도 하루 3시간씩 전화해주고 편지도 수십 통씩 보내준 너였기에 변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전역이 코앞으로 다가온 날 내 곁에 있어줘 고맙다며 '사회로 나가면 군대에 있던 것보다 더 챙겨주겠다'고 고백하던 네가 변할 줄은 정말 몰랐다.


인사이트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네 전역날 일주일 전부터 골라놓은 원피스를 입고 너희 부대 앞으로 갔다. 너는 눈물을 쏟는 나를 끌어안으며 입맞춤을 했다.


면회 외박 때 갔던 곳에서 우리는 사랑을 나눴고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했다. 도착 직전 버스 안에서 네가 이별을 고할 줄이야.


나와 헤어지자고 하고 일주일간 잠수타던 너는, 이후에 카톡, 페북 프사를 어떤 여자애와 찍은 프로필 사진으로 바꿨더라.


알고 보니 말년 휴가 날 헌팅한 여자애랑 연락을 주고받았던 너. 여자 생긴 것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잡아떼더니.


이미 한참 전부터 너의 주변에서 나는 '군대 못 기다려주고 떠난 구여친'으로 불렸었더라. 솔로 행세를 하던 널 기다리고 챙겨주느라 나는 2년을 허비했다.


지금 네 옆에 있는 여자애는 네가 가장 힘들 때 네 손을 잡아줬었니?


인사이트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네가 군복무하는 동안 편지 한 통이라도 써줬니? 네 얼굴 한 시간 보자고 9시간 거리를 기쁜 마음으로 와줬었니?


나는 그게 가장 외롭고 슬프다.


돌아보니 병장쯤부터 거만해지고 부쩍 나를 소중히 대하지 않던 네가 떠오른다. 깨달음은 왜 이렇게 늦게만 오는지 모른다.


겨울에 만나 몇 번의 계절을 거치고 여름에 전역한 너. 너에게 너무 헌신했는지, 너무 잘해준 건지, 너무 너만 바라보았는지, 그런 내가 호구 같고 질렸는지.


네가 전역한지 2주가 된 지금, 더 이상 연락하지 말자던 너의 이별 통보가 이제야 실감이 난다.


며칠 전 너와 나의 공통 지인으로부터 네가 이런 말을 했다고 들었다.


"내 여자친구는 너무 데이트랑 연애밖에 몰라. 그래서 너무 애 같아서 싫어"


OO야, 나는 데이트랑 연애밖에 몰랐던 게 아니라 너밖에 몰랐던 거야.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위의 내용은 2년여간의 고무신 생활 끝에 꽃신을 신은 첫날, 남자친구에게 차인 여성의 글을 재구성한 것이다.


여성은 이후에 "남친과 그 여자는 잘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하며 그럼에도 후련하지 않다고 했다.


사랑에도 신의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군대를 기다려준다고 해서 꼭 그 애인과 계속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2년을 밖에서 기다리고 지원해준 여자친구를 제대 당일 차버리는 것은 너무 잔인한 처사가 아닐까.


누리꾼들 역시 "남자가 너무했다", "그럴 거면 미리 헤어졌어야지 여자를 보험 취급했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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