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국내 대형 은행들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인터넷 은행'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재벌과 금융권 등에 대한 규제와 개혁을 주된 정책 기조로 삼았지만 이번에는 규제 개혁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문재인 규제완화 1호'를 천명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 발언으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과 자본들이 과감하게 '핀테크 투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정보기술(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국민의 금융 편익을 더욱 확대할 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IT, 연구개발(R&D), 핀테크 등 연관 산업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국내 '핀테크 산업'은 대기업이 금융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는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에 막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를 주제로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한 것은 기존에 한국 핀테크산업이 중국, 일본 등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는 절박한 '위기 의식'에서다.
이런 인식을 반영하듯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정부 정책의 방향 전환을 공식 천명했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원칙'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외적으로 밝힌 셈이다.
특히 자본 확충을 통해 혁신적 서비스가 가능해지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돼 시장에서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개혁 1호로 '인터넷은행'을 지목한 것은 지난해 12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받았던 문화적인 '충격'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말 중국을 방문했을 때 거리의 작은 가게까지 확산된 모바일결제, 핀테크 산업을 보고 아주 놀랐다"며 "실제로 유럽연합(EU)이나 일본, 중국 등은 핀테크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혁신기업이 이끄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성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19세기 영국에 있었던 '붉은 깃발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증기자동차가 전성기를 맞고 있었는데 영국은 마차업자들을 보호하려고 이 법을 만들었다"며 "결국 영국이 시작한 자동차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행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함께 핀테크, 빅데이터 산업이 유기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출범 1년 만에 두 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은 고객 700만명, 총대출액 8조원을 바라볼 정도로 국민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며 "출범 후 대형 시중은행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가 하락하고 해외송금 수수료 인하 경쟁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 규제를 완화하면 계좌개설·자금이체·대출 등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간편결제 등 혁신적 서비스가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이러한 규제 완화 정책에 힘입어 기존 대형 은행들은 고객들에 대한 '은행 수수료' 등을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