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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통화만 15분"…후원하기는 쉽지만 취소하는 건 어려운 한국 유니세프의 꼼수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정기 후원을 취소하는 과정이 정기 후원을 신청하는 과정과 달리 절차가 까다롭고 여간 쉽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인사이트Facebook 'unicefkr'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유니세프는 1946년 '차별 없는 구호'라는 정신 하에 설립된 국제기구로 1953년 유엔(UN) 상설기구에 지정됐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로서 유니세프는 지난 72년간 인종과 종교, 민족, 성별 등 구분없이 어려움에 처한 전 세계 어린이들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며 신뢰받는 구호단체로 거듭났다.


국내 있는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의 경우 지난 1994년 1월 1일 설립됐다. 1950년부터 44년간 유니세프로부터 도움 받던 수혜국에서 도움을 주는 원조국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는 유니세프 역사상 유례없는 일로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의 모금 규모가 세계 3위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도 어엿한 '기부 선진국'이 됐다.


문제는 지난 4월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내 벌어진 성희롱 사태와 각종 비위 의혹들이 인터넷 탐사보도전문 매체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인사이트Facebook 'unicefkr'


다른 후원기관과 달리 후원금을 깨끗하고 정직하게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달리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에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던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스위스 제나바 유니세프 본부가 직접 운영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던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가 사실은 '계약 관계'에 맺어진 사단법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이와 관련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홍보국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에게 "유니세프 본부로부터 승인을 받고 설립된 기관"이라며 "독점적인 대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계약 관계에 있다는 설명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내 사단법인으로 하게 된 것은 인건비를 절감해 더 많은 기부금을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유엔기관으로 등록해 유엔 보수 규정에 따라 직원들에게 보수를 지급해 왔다면 전체와 같이 적은 인건비 지출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그렇다면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는 그동안 왜 유니세프 산하 직속기관이 아닌 사단법인이라는 사실을 후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일까.


'한국에서 유니세프를 대표해 유니세프 본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설립된 기관'이라는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측의 해명만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뒤늦게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가 사실은 유니세프 본부와 계약 관계에 있는 사단법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기 후원을 취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실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서는 어떻게 하면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에 대한 정기 후원을 취소할 수 있는지 설명한 글과 정기 후원을 끊었다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런데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정기 후원을 취소하는 과정이 정기 후원을 신청하는 과정과 달리 절차가 까다롭고 여간 쉽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인사이트페이스북


한 후원자는 정기 후원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5분도 안 걸릴 통화를 무려 15분이나 했다며 정기 후원 취소에 대한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인사이트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홈페이지에는 '후원하기' 버튼이 상단에 있어 누구나 쉽게 정기 후원 혹은 일시 후원을 할 수 있었다.


반면 정기 후원을 시작했을 경우 후원 내역과 후원 및 결제정보, 기부금 영수증 등 확인이 가능하지만 홈페이지 그 어디에서 '정기 후원 취소하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온라인상에서 정기 후원을 신청할 수 있지만 후원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후원자가 직접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후원본부에 전화를 걸어야만 취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홍보국 관계자는 "전화 상담 절차를 가지는 것은 후원자분께 그간 후원에 감사 인사를 직접 드리고 후원 취소 사유를 파악해 정책 개선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유니세프 정기 후원을 취소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직접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에 전화를 거는 방법 2. 정기 후원 신청 카드사 또는 은행에 연락해 취소하는 방법 3. 이메일이나 1:1 게시판을 통해 취소하는 방법이다.


어떤 방법이던 간에 정기 후원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후원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상담원과 연결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정기 후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후원 취소는 까다롭게 만들어 사실상 후원자가 취소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한편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측은 지난 15일 공식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을 통해 이기철 신임 사무총장의 이름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신임 사무총장은 유니세프 내 벌어진 성희롱 사태에 대해 최종적인 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며 책임을 다소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인사이트Facebook 'unicefkr'


이기철 신임 사무총장은 "비판 중에는 사실과 다르게 왜곡된 표현도 적지 않다"며 "하지만 의혹을 야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를 올린다"며 "앞으로는 겸허한 마음으로 더욱 더 주의하고 또 주의하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신임 사무총장의 이름까지 내걸며 투명성과 공정성, 합리성 그리고 효율성을 업무 지침으로 삼고 실천에 옮기겠다는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40만명에 달하는 후원자들에게 한 약속을 얼마나 지켜낼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알겠지만 지금 당장 후원을 취소하는 후원자들이 쇄도하자 뒤늦게서야 사무총장 이름으로 입장문을 내놓은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측의 대응이 아쉽다.


또 국내 사단법인임에도 한국에서 유니세프에 대한 '독점적인 대표성'을 본부로부터 승인 받았다며 정당성을 주장하는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가 후원자들에게 만큼은 솔직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