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경은 기자 = 병원비를 미납한 말기암 환자를 벤치에 내려놓고 떠난 한 병원이 도마 위에 올랐다.
14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의 대형종합병원 A병원은 병원비를 미납하고 가족에게도 연락을 거부당했다는 이유로 거동을 전혀 할 수 없는 환자 B씨를 지난 5일 병원 1층 벤치에 놓고 떠났다.
병원 측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있는 치료가 없었고 장기간 입원시킬 수 없기에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퇴원시켰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락이 닿은 환자 가족들이 B씨를 데려가길 거부했고, 요양병원이나 쉼터도 조건이 맞지 않아 보낼 수 없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당시 환자는 의식은 있었지만 거동은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였으며 벤치에 2시간 넘게 방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환자는 사설 구급차에 실려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이송됐다가 점차 상태가 회복돼 일주일 만에 일반 병실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불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암환자를 강제 퇴원시켜 길거리로 내모는 일은 거의 없는 만큼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를 어려워 보인다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일반적으로 가족이 환자의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 병원 측은 경찰에 인계해 다른 가족을 찾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병원은 이 같은 절차 없이 환자를 벤치에 놓고 떠난 만큼 거동이 힘든 환자를 일방적으로 거리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B씨처럼 재정 능력이 없는 환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