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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첩 삼으려는 친일파에 맞선 조선의 기생

일제강점기,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어느 기생이 친일파의 첩 제안에 "차라리 죽겠다"고 답했다.

인사이트기생 장연홍 / 온라인 커뮤니티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해어화(解語花)라는 말이 있다.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는 뜻으로 미인, 또는 기생을 뜻한다. 


그리고 1920년대, 진정한 해어화가 있었다.


조선 시대까지 우리 고유의 예악을 담당해온 기생은 일제강점기, 신분 해체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도 그 명맥을 이어갔다. 매춘부보다는 연예인 같은 느낌이었다.


시조, 가곡, 검무, 가야금, 거문고, 양금, 한문, 시문, 사군자, 일어, 독문에 이르기까지 학습과목도 다양했다. 그만큼 모든 분야에 걸쳐 능통했다.


구한말, 기생들 가운데 특히 이름을 떨친 장연홍이라는 기생이 있었다.


인사이트실제 장연홍이 모델로 나온 비누 광고 / 온라인 커뮤니티


1911년 평양, 유복한 집안의 외동딸로 태어났던 장연홍은 어린 시절 부친이 사망하며 가정형편이 기울자 14살 때 직업 기생을 길러내는 교육기관인 권번에 들어간다. 그렇게 기생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곧바로 장연홍은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예악 실력으로 급부상한다. 꿈을 꾸듯 몽환적인 눈매, 사람을 금방이라도 삼킬 듯한 표정으로 유명했다. 비누 광고 등에서 모델 활동을 하기도 했다.


당시 최고의 미인상이었던 장연홍의 이름을 더욱 빛나게 한 건 그러나 따로 있었다. 바로 뚜렷한 소신이었다.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친일파 이지용이 장연홍을 자신의 소실로 삼으려 한 적이 있었다. 


이지용은 1만원이라는 당시 엄청난 거금으로 장연홍을 유혹했다고 전해진다.


인사이트친일파 이지용 / 온라인 커뮤니티


장연홍은 그런 이지용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라를 욕보인 더러운 자에게 꿇느니 죽음을 선택하겠다"


미모와 더불어 배포까지 남달랐던 장연홍. 수많은 이를 밤잠 설치게 했던 그는 돌연 기생 생활을 접고 상해로 유학을 떠난다. 21살의 젊은 나이였다.


이후 그의 소식은 영영 전해지지 않았다. 일본 영사관에 붙들려갔다는 소문만이 무성하게 남았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됐는지 아무도 모르는 조선의 아름다운 여인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