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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판 테이큰’, 성매매 마피아 처단하다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된 딸을 찾아 12년 동안 고군분투해 온 아르헨티나의 '용감한 어머니'가 범인들을 법정에 세워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납치된딸을 찾아 12년 동안 고군분투해 온 아르헨티나의 '용감한 어머니' ⓒabc.es

 

아르헨티나 트리마르코의 모정...섹스산업 마피아에 항소심 승리
집이 불타고 숱한 살해 협박에 두 차례 암살 고비 넘겨 법정으로

2002년 실종된 외동딸 베론 추적...성노예 6천여명 구출해 재활 앞장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된 딸을 찾아 12년 동안 고군분투해 온 아르헨티나의 '용감한 어머니'가 범인들을 법정에 세워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딸을 납치해 집창촌에 팔아넘긴 인신매매 조직원들을 국가도, 경찰도, 법도 아닌 '엄마'가 법정에 세운 것이다.

 

아르헨티나인 수산나 트리마르코(60)는 지난 12년 동안 딸을 찾아 전국 집창촌을 헤매는 동안 집이 불타고, 숱한 살해 협박을 받고, 실제 두 차례나 암살 고비까지 넘겼다.

 

하지만 그 무엇도 성매매 마피아에 납치된 딸을 찾는 애끓는 모정을 막을 수 없었다. 트리마르코는 딸을 찾는 과정에서 수백명의 성매매 여성을 구출해 ‘성매매 피해 여성의 영웅’이 됐다.

 

투사가 된 어머니는 딸이 실종된 지 12년 만에 성매매 마피아와 경찰 등 10명을 법정에 세워 10~22년형의 선고를 이끌어냈다고 10일 BBC방송은 전했다.

 

법원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2년 전 이들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전국에서 시위를 벌이자 결국 이전 판결을 뒤집었다.

 

트리마르코가 구출해낸 성매매 여성 수십명도 그의 편에 서서 증언을 해 유죄 판결을 도왔다.

 

정의는 실현됐지만 트리마르코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딸 베론은 이미 오래전 또 다른 집창촌으로 팔려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아르헨티나 경찰은 이미 베론이 해외로 팔려나간 것으로 보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를 의뢰했다.  

 

아직도 딸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인 수사나 트리마르코 ⓒpacelawschool 

 

 

수사나 트리마르코(60)는 “나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딸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 라나시온에 말했다.

 

트리마르코는 2002년 당시 23살인 딸 베론이 실종되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주부였다. 하지만 병원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베론이 실종되면서 그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라리오하 지역의 집창촌에서 베론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지만 경찰은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결국 트리마르코는 직접 성매매 여성처럼 차려입고 집창촌에 들어가 업소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베론을 찾을 뻔한 순간도 있었다.

 

그가 감금된 성매매 업소를 경찰과 함께 급습했지만, 그들이 도착하기 직전 베론은 이미 빼돌려졌다.

 

그곳에서 일하던 성매매 여성은 “누군가 업주에게 베론을 찾으러 경찰이 출동한다는 정보를 흘려줬다”고 말했다. 수많은 집창촌을 돌아다니면서 트리마르코는 차차 경찰과 판사, 정치인들까지 성매매 조직에 관련돼 있다는 증거들을 수집하게 됐다.

 

비록 딸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의 고통스러운 여정이 아무 성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베론처럼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 납치돼 성매매를 강요받은 여성 수백명에게 자유를 되찾아줬다.

 

아르헨티나는 2008년 인신매매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규정한 법률을 제정했으며, 이 법에 따라 3000명에 가까운 피해 여성들이 구출됐다.

 

그는 또 베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해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심리치료를 해주고 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트리마르코는 2012년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트리마르코는 아직 딸이 살아있을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의 목표는 딸을 찾는 것뿐만이 아니다. 트리마르코는 “베론처럼 실종된 이 나라의 모든 소녀들에게 자유를 되찾아주고 돕는 것이 나의 사명이 됐다”고 말했다.

 

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