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숨진 여성팬 이름 새기고 경기 임하는 기아 양현종

(좌) 연합뉴스, (우) 스카이스포츠

[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기아 타이거즈 양현종의 모자에 새겨진 이니셜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기아의 양현종이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기아는 전날 두산에 5-3으로 패했던 터라 2차전에서의 승리가 매우 절실했다. 이에 기아의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선발투수로 나섰고 이날 그는 에이스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양현종은 두산의 강타선을 9이닝 동안 단 4피안타, 2볼넷으로 틀어막으며 실점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양현종의 역투 덕분에 팀은 단 1점을 얻고도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2차전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된 양현종은 인터뷰에서 "야구하며 이렇게 힘들고 집중한 경기는 없었다"고 완봉승 소감을 전했다.

양현종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평소 그가 모자에 새겨 놓고 있는 문구들에 대한 일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그의 모자 가장 안쪽에 새겨진 'CCR'이라는 이니셜이다. CCR은 7년 전 사망한 그의 팬 최초로 씨를 뜻한다.

연합뉴스

당시 23살이던 최씨는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양현종의 팬이었던 그녀는 홍보팀을 통해 양현종과의 통화에 성공했고 며칠 뒤 일산의 한 병원에서 직접 만났다

양현종은 최씨를 만나기 위해 본인을 포함한 기아 선수들의 사인볼과 사인지를 챙겼다.

최씨를 만난 양현종은 "내가 20승 할 때 VIP석으로 초대할 테니 꼭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넸다.

연합뉴스

이후 본인 미니홈피에 "영화에서 보면 아픈사람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을 보면 기적처럼 다시 회복된다고 하더라. 그걸 믿고 싶다"라며 기적을 기도하기도 했다.

사실 최씨는 병세가 심각해 그를 만나기 전 위독해지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양현종은 기적이 일어나 본인의 투구 모습을 최씨가 경기장에서 볼 수 있도록 기적을 바랐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열흘 뒤 최씨가 끝내 사망했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최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죄송하다. 내 기도가 부족했나보다. 정말 야구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로 초대해서 누나만을 위한 투구를 보여주려고 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연합뉴스

고인의 부모님은 양현종에게 고인이 죽기 전까지 양현종의 사인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양현종은 본인의 사인볼을 유골함 옆에 두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날부터 양현종은 모자 안쪽에 CCR이라는 이니셜을 새겨 경기에 임하고 있다.

비록 경기장에서 본인의 투구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언제나 팬과 함께하겠다는 뜻에서다.

한편 양현종의 모자에는 CCR 이외에도 다양한 이니셜이 새겨져 있다.

지난 2010년 뇌경색으로 쓰러져 현재까지도 투병 중인 기아 김동재 코치, 심장마비로 사망한 기아의 전 외국인 투수 호세 리마, 24살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이자 동기 고(故) 이두환 선수의 이니셜이 그것이다.

'완봉승' 양현종이 9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보여준 정면승부 (영상)KIA 타이거즈의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9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보여준 정면승부가 팬들의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