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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이 ‘유언장’에 남긴 마지막 부탁

죽음을 앞둔 독거노인이 써내려간 편지 속에는 자신을 버린 자녀에 대한 원망보다 사무치는 그리움이 담겨있었다.

via KBS 뉴스
 

지난해 9월 두 평 남짓한 쪽방에서 67살 A씨가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숨진지 무려 5년이 지난 후였다.

 

같은 달 서울 양천구의 반지하에서 63살 B씨의 시신이 사망 후 열흘 만에 발견됐다. 시신은 완전히 부패해 악취와 벌레로 가득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죽음을 고독사(孤獨死)라고 한다. 심지어 피붙이조차 자신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외로운 죽음을 알지 못한다.  ​

 

고독사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정부는 집계를 꺼리고 있지만 한국방송(KBS)이 지난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고독사는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1차적 사회관계망인 가족이 해체되고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자녀들과 분리돼 외부와 단절된 채로 사는 것이 고독사 증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홀로 죽음을 맞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되는 일반적인 고독사 대부분이 죽기 전 심리적인 고독감과 신체적·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전문가들은 고독사를 줄이기 위해서 경제적 지원과 정서적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에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예방하려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 지자체의 경우 '장수노트'라는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장수노트는 일종의 '유서'로 자신이 죽으면 꼭 연락해야 할 사람, 수의와 영정의 위치, 장례 방식 등을 쓰게 돼 있지만 무엇보다 자식에게 남기는 독거노인들의 유언이 눈에 띈다. 

 

한 할머니는 장애를 가진 아들이 혼자 남겨질 것을 걱정해 "죽거든 가급적 빨리 화장해 아들이 날 그리워하지 않게 해 달라"고 적었고, 또다른 할머니는 "얼마 안 되는 재산이지만 끝까지 자신을 돌봐준 조카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20여년 전 외국으로 떠난 아들에 "꼭 연락해 달라"며 절절한 그리움을 토해해는 할머니도 있었다. 

 

장수노트에는 자신을 버린 자녀에 대한 원망보다 사무치는 그리움과 애정이 담겨있었다.

독거노인들이 죽어가면서 남긴 내리사랑에 비하면 우리 사회는 잔혹하리만큼 그들의 고독한 죽음에 무관심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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