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30년 정치 인생을 돌아보며 자신은 남을 배신한 적이 없지만 수많은 배신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7일 홍 전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 언론인이 같이 방송하면서 나보고 '배잘남'이라고 한 일이 있었다"며 "'배신 잘 당하는 남자'라는 뜻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 30년을 돌아보면 나는 남을 배신한 일은 없어도 참 많은 배신을 겪었다"면서 "내가 키운 정치인들이 배신한 경우도 있었고, 믿었던 측근들이 배신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날더러 배잘남이라고 한단다"라고 설명했다.
홍 전 시장은 "배신당한 사람은 발 뻗고 자도 배신한 사람들은 양심이 있다면 발 뻗고 자지 못할 것"이라며 "차라리 배신당하는 게 세상 살기가 훨씬 마음 편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배신자가 잘되면 그건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라며 "혹 가다가 신숙주 같은 이도 있긴 하지만"이라고 덧붙였다.
홍 전 시장이 언급한 신숙주는 조선 세종의 신임을 받았던 집현전 학자로, 이후 수양대군 편에 서서 계유정난과 세조 집권 과정에 참여한 인물이다. 세조 즉위 이후 영의정까지 지내며 권력의 핵심에 자리했다.
신숙주는 단종 복위를 추진했던 성삼문 등 사육신의 관점에서는 세종과 문종의 뜻을 저버린 배신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홍 전 시장은 배신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역사적 인물까지 소환한 것이다.
홍 전 시장이 정치권에서 '배신'과 '의리'를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의 분열과 당내 인사들의 정치적 행보를 두고 여러 차례 배신 문제를 언급해 왔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패배한 뒤에는 "26년 헌신한 당에서 헌신짝처럼 내팽개침을 당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홍 전 시장이 언급한 '내가 키운 정치인'과 '믿었던 측근'이 누구인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과거 홍 전 시장과 가까운 관계였던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과의 정치적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배 의원은 2018년 홍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대표로 재임하던 당시 영입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홍 전 시장의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 제작에 참여하는 등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홍준표 키즈'로 불렸다.
그러나 배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맡고 한동훈 의원과 정치적으로 가까워지면서 두 사람 사이에도 거리가 생겼다.
홍 전 시장은 2024년 배 의원이 '한동훈 라인'으로 이동한 것이냐는 질문에 "유감"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후 2025년에는 배 의원이 홍 전 시장을 향해 "노회한 영혼"이라고 비판하는 등 두 사람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홍 전 시장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도 여러 차례 '배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의 갈등 과정에서 한 전 대표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2025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에서도 한 전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배신했다는 취지로 공격한 바 있다. 이에 한 전 대표는 자신의 행동이 "배신이 아니라 소신"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다만 홍 전 시장은 이번 페이스북 글에서 "내가 키운 정치인들"과 "믿었던 측근들"이라고만 언급했을 뿐 특정 인물의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번 발언이 배현진 의원이나 한동훈 전 대표 등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