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번 돈을 어디에 쓸지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결혼할 집을 마련하고, 가족과 여행을 가고, 조금 더 여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코스피가 9000을 넘어 1만을 바라보던 여름이었다. 몇 달 뒤 온라인에 올라온 말은 달랐다. "주식 환불 해주세요." 적어도 돈을 잃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하소연이었다.
7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블라인드에 올라온 것으로 소개된 투자 손실 사연들이 공유됐다. 결혼자금과 아파트 중도금을 투자했다가 막막해졌다는 글에 댓글 수백개가 달렸다. 익명 게시글로 실제 거래 내역과 개인 사정이 별도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작성자들은 손실이 일상까지 흔들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6월 18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 9000선을 넘어 9063.84로 마감했다. 은행 딜링룸에서는 축하 세리머니가 열렸고, 증시 보도에는 '만스피'라는 말이 등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신고가를 쓰던 때였다.
이튿날 코스피는 장중 9385.59까지 올랐다. 그러나 11월 6일 종가는 5059.69로, 당시 고점보다 46.09% 낮아졌다. 이날 하루에만 6.02% 하락했고, 장중 5000선이 무너지면서 거래를 20분간 멈추는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다.
고점에 1억원을 투자해 코스피와 정확히 같은 비율로 움직였다고 가정하면, 6일 남은 평가액은 약 5391만원이다. 3억원이라면 약 1억6173만원이다. 배당과 세금·수수료를 제외한 가상 계산이며, 실제 종목이나 상품 수익률과는 다르다.
상승장의 분위기를 돌아보는 댓글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여름에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을 무시하는 글이 올라오던 분위기가 기괴했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국내주식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면서도 생활에 필요한 현금을 남겨둔 덕분에 버티고 있다고 적었다.
한 작성자는 13년 동안 모은 약 5억4000만원을 투자했다가 3억원 넘게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내년 상반기 결혼을 앞두고 집과 결혼식, 출산까지 준비하려던 돈이었다고 했다. 첨부 화면에는 손실 약 3억2829만원, 수익률 마이너스 60.83%가 표시돼 있었다.
그는 야간근무를 하고 해외여행도 가지 않으며 모은 돈이라 허망하다고 했다. 손실 난 주식을 팔지 못해 부동산 가계약금까지 날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주가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돈을 내야 할 날짜는 다가왔다.
아파트 중도금으로 쓸 돈을 투자했다는 사연도 있었다. 작성자는 손절한 뒤 남은 돈으로 레버리지 투자를 이어갔다고 했다. 공개한 화면의 매입금액은 약 1억3270만원, 평가금액은 약 2848만원이었다. 내년 말 중도금과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남은 현금이 없어 막막하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7000만원 넘게 실현손실을 봤다는 작성자는 주식시장을 떠나겠다고 했다. 그가 떠올린 것은 여행 날짜였다. 7월 제주도, 10월 강릉, 가족과 놀이공원에 간 날까지 주가가 폭락했다는 것이다. 가족과 즐거워야 할 시간에도 손실 걱정이 따라붙었다.
댓글에는 자신도 약 2000만원을 잃어 중고차 한 대가 사라졌다고 생각한다는 경험담이 달렸다. 빚을 내거나 전 재산을 투자한 것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주식 투자를 부추긴 사회적 분위기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오를 때는 참여하지 못한 사람이 뒤처지는 것 같았다. 떨어진 뒤에는 버틸 수 있는 돈이었는지가 절실해졌다. 이들에게는 원금과 함께 예정대로 치를 결혼식과 입주, 계좌 걱정 없이 가족과 보내는 하루도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