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8일(일)

"평생 남 구했는데"...러닝 중 심정지 온 소방서장, 아들이 CPR로 살려

평생 구조 현장을 누비며 수많은 생명을 지켜냈던 50대 현직 소방서장이 야간 달리기 도중 심정지로 쓰러졌다가, 평소 자신이 심폐소생술(CPR)을 가르쳤던 아들의 손에 목숨을 건졌다.


전북소방본부는 지난달 운동 중 급성 심정지로 쓰러졌던 이종옥 김제소방서장(58)이 현장에서 이뤄진 아들의 응급조치와 출동한 구급대의 집중 처치를 거쳐 건강을 회복하고, 지난 2일 현업에 복귀했다고 오늘(6일) 밝혔다.


위급했던 상황은 지난달 11일 오후 9시경 전북 익산시 모현공원에서 벌어졌다. 아들과 함께 야간 러닝을 하던 이 서장이 비명도 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호흡과 맥박이 동시에 멎은 급성 심정지였다.


전북소방본부


절체절명의 순간, 아들은 지체 없이 119에 전화를 걸고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의료 지도에 맞춰 가슴 압박에 돌입했다. 소방관 아버지로부터 평소 체득해 둔 응급처치 요령을 실전에서 그대로 실행했다.


신고 접수 5분 만에 현장에 닿은 119구급대가 환자를 인계받았으나, 맥박이 잠시 돌아왔던 이 서장에게 곧장 2차 심정지가 찾아왔다.


구급대는 제세동기를 활용해 전문소생술을 이어갔고, 약 5분 만에 스스로 피가 도는 자발순환 상태를 이끌어냈다. 이후 인근 원광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이 서장은 막힌 혈관을 뚫는 관상동맥 중재술과 중환자 치료를 무사히 마쳤다.


건강을 되찾아 소방서로 돌아온 이 서장은 "평생 소방관으로 근무하며 인명을 구해왔지만, 정작 내 생명을 아들이 지켜줄 줄은 몰랐다"며 "침착하게 대처해 준 아들과 구급대원, 의료진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최초 목격자의 초기 가슴 압박부터 상황실 관제, 현장 구급대의 제세동, 전문 의료진의 최종 수술까지 빈틈없이 맞물린 이번 사례는 이른바 '생존 사슬'의 정석을 보여줬다. 전북 지역에서 심정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스스로 맥박을 회복하는 비율인 병원 전 자발순환회복률은 지난달 말 기준 19.6%다.


진형민 전북소방본부장은 "심정지 환자 발생 시 초기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도민들이 위기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실천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