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튀르키예의 신규 원전 4기 건설사업과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한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전 분야에서는 사업비 조달을 위한 금융 협력을 구체화했고, 방산 분야에서는 공동생산과 기술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제3국 시장 공동 진출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가 국내 원전·방산 기업들의 새로운 해외 수주 기회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과 레젭 타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원전·방산 등 전략 산업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원전 협력은 튀르키예 흑해 연안의 시노프 원전 건설사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튀르키예는 이곳에 원전 4기를 건설할 계획이며, 한국도 사업 참여를 논의 중이다.
시노프 원전 4기 수주전... 금융 협력으로 경쟁력 강화
한국전력은 지난해 11월 튀르키예 원자력공사와 원자력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부지 평가와 공동 워킹그룹 운영 등 후속 협의를 진행해 왔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튀르키예 원자력공사(TÜNAŞ)는 '원전 프로젝트 금융 협력 MOU'를 체결했다. 양 기관은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원전 사업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금융 지원 가능성과 사업비 조달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원전 사업에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자금을 어떤 조건으로 조달하느냐도 수주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번 MOU로 한국은 시노프 원전 수주 경쟁에서 금융 조건을 구체화할 협의 통로를 확보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방한에 앞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을 시노프 원전 사업의 유력한 협력 후보로 평가했다. 한국과 진행 중인 협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기술·경제적 조건과 투자 방식에 대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는 한국 외에도 러시아·캐나다·중국 등과 원전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 향후 발전 비용과 금융 조건, 자국 산업에 대한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사업 파트너를 선정할 계획이다.
알타이 전차 넘어 함정까지... 제3국 공동 수출 모색
양국은 튀르키예의 차세대 주력전차인 '알타이' 사업에서 쌓은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생산과 기술협력을 확대하고, 제3국 방산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국과 튀르키예는 알타이 전차 개발 과정에서 기술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올해 7월에는 방산군수공동위원회를 개최했으며, 9월에는 함정 분야 협력의향서도 체결했다.
전차를 중심으로 이어온 협력을 함정 등 다른 무기체계로 넓히고, 양국 기업의 해외 방산시장 공동 진출을 추진하려는 취지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튀르키예의 방산 생산 기반과 해외시장 네트워크를 활용할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튀르키예 역시 한국의 방산 기술과 자국의 생산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수출 사업을 추진할 여지가 있다.
다만 공동 진출을 추진할 국가와 무기체계, 기업별 역할 분담 등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실제 수출 성과를 내려면 공동생산 방식과 기술협력 범위에 대한 후속 협의가 필요하다.
원전 분야에서는 사업 참여 조건과 금융 구조를 구체화하고, 방산 분야에서는 공동 진출 대상과 협력 방식을 확정해야 한다. 양국이 마련한 협력 기반을 국내 기업의 실제 수주와 수출 계약으로 연결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