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냉장고에 있는 푸딩 먹었냐고 쏘아붙이는 친누나 얼굴 같다." 완벽하게 잘 다듬어진 반려동물의 미모 대신 털이 삐뚤빼뚤 깎이거나 사람 같은 표정을 짓는 굴욕적인 순간들을 모은 이색 사진전이 열렸다. 크리에이터 침착맨이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영상에서 시청자들이 직접 제보한 못생긴 반려동물들의 일상을 살펴보며 최종 순위를 매기는 콘테스트를 진행했다.
반려동물 콘텐츠 시장을 지배하던 무결점 미모의 인형 같은 모습 대신, 보호자들의 서툰 손길과 뜻밖의 사고가 빚어낸 날것의 모습들이 온라인 공간에 그대로 펼쳐졌다.
만 16세 노견 나루는 보호자의 셀프 미용 실패로 몸통의 털만 남겨둔 채 머리통만 둥글게 밀린 모습으로 등장해 일명 '거란족컷'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경찰의 사건 현장 증거 사진처럼 무심하게 찍힌 각도와 아련한 눈빛이 절묘하게 맞물리며 웃음을 자아냈다.
단순히 못생긴 외모를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과 반려인의 애정이 고스란히 담긴 사연들도 줄을 이었다.
14살 노견 콩이는 기분과 미용 상태에 따라 외모 등락 폭이 극심한 견공으로 소개됐다. 눈 흰자가 지나치게 많이 드러나며 듬성듬성 난 덧니를 드러낸 사진은 현실 남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싸늘한 언니의 표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배가 불룩 튀어나와 사족보행 대신 어정쩡하게 걸터앉은 7살 스핑크스 고양이, 물리면 피가 날 정도로 강력한 턱 힘을 자랑하며 동네 형을 연상케 하는 버젯 개구리 아구의 독특한 비주얼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용실과의 소통 오류가 낳은 참사도 눈길을 끌었다. 대형견 허스키 믹스견 밤이의 보호자는 출근길에 3센티미터만 잘라달라고 요청했으나, 미용사가 이를 잘못 알아듣고 털을 3센티미터만 남긴 채 전신을 밀어버렸다.
얼굴과 발목 부위만 털이 남은 기괴한 모습에 견주가 한동안 강아지의 눈치를 보며 우유를 대접해야 했던 사연이 소개됐다. 2019년 까치산역 인근 도로에서 구조된 뒤 안락사 하루 전 입양된 부정교합 유기견 까치의 회복기처럼 가슴 뭉클한 뒷이야기를 품은 동물들도 등장해 남다른 생명력을 전했다.
털 관리 상태나 촬영 각도에 따라 사람과 똑 닮은 표정을 지어내는 장면들은 누리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마의 굵은 주름으로 세월의 무게를 드러낸 반려견 깐초는 동생에게 숙제 검사를 지시하는 피곤에 찌든 현실 누나의 표정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턱살과 뱃살이 흘러내린 채 소파에 기댄 고양이, 탈모가 진행돼 흰 정수리를 드러낸 기니피그 등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동물들이 화면을 채웠다.
침착맨은 외모의 파격성과 촬영 구도의 투박함, 표정의 사실성을 기준으로 입상작을 선정했다.
보호자의 서툰 셀프 가위질로 털이 깎인 '거란족' 나루가 1등의 영예를 안았고, 냉장고 푸딩을 훔쳐먹은 동생을 노려보는 듯한 표정의 '누나' 깐초와 '언니' 콩이가 각각 2등과 3등으로 뒤를 이었다.
외계 생명체를 닮은 스핑크스 고양이, 사람 같은 인상의 버젯 개구리 등이 차례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예쁘고 완벽한 겉모습에 얽매이지 않고, 흠집마저 사랑으로 품어 안는 반려인들의 진솔한 유대감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