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4일(수)

"진짜", "미안해"…한국말 쓰는 일본 젊은이들, K-컬처가 만든 '한본어' 열풍

일본 Z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어를 일본어에 섞어 사용하는 '한본어'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K-pop과 한국 드라마 등 K-컬처의 영향력이 일본 젊은 층의 언어 습관까지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일본 도쿄 신주쿠 코리아타운 주변에서 만난 대학생 다카마쓰 모에카가 친구들과 대화할 때 '진짜', '미안해' 같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섞어 쓴다고 보도했다. 그는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접한 '괜찮아' 같은 표현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NYT는 일본에서 한국어 표현이 일상 대화와 대중문화 전반에서 활발하게 쓰이는 이러한 현상을 '한본어'로 명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 일본어학부의 사사 히로코 교수는 2018년을 전후해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발매와 블랙핑크의 도쿄·오사카 공연이 이루어지면서 이 같은 흐름이 본격화됐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일본에서 K-pop과 한국 문화를 즐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본어에는 정확히 대응하는 말이 없는 '형'이나 '언니' 같은 호칭도 일본 젊은 세대 사이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간사이대학 한국어학과의 최은경 교수는 한국어 사용이 한국계 배경과 무관하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며 "K-pop이나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하나의 표현 수단이 됐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NYT는 이 같은 현상을 일제강점기 시절과 대조했다. 당시 일본 제국주의는 한국어 사용을 금지하고 억압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일본 청년들이 한국 문화의 매력에 이끌려 한국어 표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재일동포 커뮤니티에서 '담배'나 '박치기' 같은 한국어가 은어처럼 쓰인 적은 있었지만, 현재의 한본어 열풍은 전혀 다른 차원의 현상이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간부인 이상철은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당시 우리끼리만 사용하던 말이 이제는 국적과 관계없이 젊은 세대 전체에게 매력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변화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