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4일(수)

"청년 시절 학비 대준 아내가 이번엔 신장을 기증해줬습니다"

대학 시절 학비를 대줬던 아내가 급성 신부전을 앓는 남편에게 신장을 기증해 새 삶을 선물했습니다.


30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강세동 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신장 기능 지표인 크레아티닌 수치 이상을 확인하고 병원을 찾았다가 원인 불명의 급성 신부전 진단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3월부터 정기 투석을 시작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서울성모병원


부친의 투석 소식에 해외에서 일하던 아들이 장기 기증을 결심하고 귀국했다. 강 씨는 아내가 마음을 쓸까 염려해 비밀리에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아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아내가 아들을 가로막으며 직접 기증자로 나섰다.


부부는 혈액형이 서로 맞지 않았다.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은 수혜자의 체내 항체가 이식된 신장을 공격할 수 있어,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한 혈장교환술과 항체 생성 억제제 투여 등 정밀한 사전 치료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강 씨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해 10월 16일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가족들의 간호 속에 회복해 일터로 복귀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 해남에서 상경해 빠듯한 살림으로 학업을 이어가던 강 씨에게 은행원이던 아내는 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수업을 마친 그에게 따뜻한 밥을 사주고 마지막 학기 등록금까지 마련해 줬다.


강 씨는 "동갑내기 아내는 젊은 시절부터 제게 아낌없이 베풀어줬는데 이제는 자신의 신장까지 나눠줬다"며 "평생 갚아도 모자랄 정도로 고맙다"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그는 수술 1주년이었던 지난 16일 감사 편지를 통해 "몸이 힘들었던 날도 있었고, 작은 변화에도 걱정하며 마음 졸였던 순간들도 있었다"며 "그 시간을 견디며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깨닫게 됐다"고 적었다.


지난 20일 강 씨를 진료한 윤혜은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수술 후 신장 기능 수치가 모두 호전돼 복용하던 약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가족이 자신의 신장을 기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인데, 아들과 아내가 서로 기증하겠다고 나설 만큼 든든한 가족의 사랑과 지지가 환자분의 빠른 회복에도 큰 힘이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은 2009년 5월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을 처음 성공한 이후 올해 2월 누적 500례를 달성했다. 


박순철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혈관이식외과 교수)은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이 도입되면서 과거에는 적합한 공여자를 찾지 못해 이식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환자들도 이분처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강 씨는 편지의 끝머리에 "이제는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나를 위해서뿐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삶은 조금 더 여유롭게, 조금 더 따뜻하게 그리고 더 많이 감사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