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그라운드에서 프로 무대를 꿈꾸던 소년이 2년 만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게 됐다. FC서울 미드필더 손정범(19)의 이야기다.
지난 29일 로베르토 모레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1월 A매치 대표팀 명단 26명을 공개했다. 한국은 카타르 도하에서 11월 13일 사우디아라비아, 17일 카타르와 각각 평가전을 치른다.
명단에는 주장 손흥민(LAFC),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황인범(포르투), 황희찬(샬케) 등 주전급 선수들이 포함됐다. 이번에 처음으로 A대표팀에 합류하는 선수들도 있다. 손정범과 강원FC 신민하(21)가 그 주인공이다.
손정범의 성장세는 가히 눈부시다. 2024년 오산고 재학 시절 '퓨처스 스타대상' 축구 부문 스타상을 수상했던 그는 당시 17세에 불과했다. 스타뉴스가 주최·주관하는 퓨처스 스타대상은 아마추어 유망주를 발굴하고 격려하는 시상식이다.
2024년 축구 부문 대상은 당시 강원FC에서 뛰던 양민혁(현 베스테를로)이 받았다. 손정범은 박승수(현 뉴캐슬), 김현우(서울 이랜드)와 함께 스타상을 받았다.
수상 당시 손정범은 "양민혁 형과 박승수처럼 빨리 프로에서 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미 프로 무대를 밟은 또래 선수들을 보며 자신도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냈다.
퓨처스 스타대상 선정위원회는 당시 "손정범은 활동량과 드리블 돌파 능력이 뛰어나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날카로운 공격력뿐 아니라 활동량도 풍부해 이재성(마인츠)을 떠올리게 한다"는 호평도 나왔다.
2년이 지난 지금, 손정범은 그 약속을 지켰다. FC서울에서 프로 데뷔한 그는 19세의 나이에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184cm 신장의 미드필더인 손정범은 올 시즌 K리그1 정규리그 30경기에 출전해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프로 1년차에 30경기 출전은 그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수치다.
FC서울은 올 시즌 10년 만에 K리그1 정상에 올랐다. 손정범은 데뷔 첫해부터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으며 팀 우승에 기여했다. 풍부한 활동량과 뛰어난 드리블 능력으로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자신의 몫을 해냈다.
국제 무대에서도 주목받았다. 스위스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 산하 축구연구소가 7월 발표한 아시아 리그 U-19 유망주 톱10에 손정범이 공동 6위로 이름을 올렸다.
감바 오사카 골키퍼 아라키 루이(일본)와 함께였다. 톱10에 포함된 한국 선수는 손정범이 유일했다.
팬들의 선택도 받았다. 손정범은 7월 K리그1 각 구단 추천 22세 이하 선수를 대상으로 한 '쿠팡플레이 영플레이어' 팬 투표에서 32.7%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모레노 감독은 손정범과 신민하의 발탁 배경에 대해 "두 선수 모두 젊고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들이다. 추후 대표팀 경기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어리고 잠재력이 많은 선수들이 밑에서 올라와 준다면 대표팀의 궁극적인 목표인 최상의 팀을 구성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모레노 감독은 "명단의 기준은 오늘도, 미래에도 오직 경기력에 기반을 둘 것"이라며 "대표팀의 문은 경기장에서 그 자격을 증명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손정범은 올 시즌 뛰어난 활약으로 그 문을 활짝 열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K리그와 해외파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그는 이제 태극마크를 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