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4일(수)

"AI로 주름 지우면 돼"... '18세 람보' 탐내다 퇴짜 맞은 80세 스탤론

80세 액션스타 실베스터 스탤론이 인공지능 기술로 젊은 시절의 자신을 재현해 '람보' 프리퀄을 연기하고 싶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제작진에 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연예매체 퍼레이드 등 외신은 스탤론이 최근 팟캐스트 '디 오버랩'(The Overlap)에 출연해 '람보' 프리퀄 제작 과정에서 AI 기술 활용을 제안했던 경험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스탤론은 "인간과 AI를 절반씩 결합하고 싶었다"며 "물론 모두가 난리가 났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AI 기술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18세 청년으로 되돌려 젊은 람보를 직접 연기하려 했다.


(왼) 영화 '람보' / 실베스터 스탤론 / GettyimagesKorea


스탤론은 지난 15일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실제로 AI 실험을 통해 자신을 18세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주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 자신이 전쟁을 겪으며 변화하는 과정을 직접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AI로 젊어진 스탤론 대신 30세 배우 노아 센티네오를 새로운 람보로 낙점했다.


넷플릭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등으로 알려진 센티네오가 주연을 맡은 프리퀄 '존 람보'는 2027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스탤론은 이 작품에서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스탤론이 구상한 프리퀄은 기존 람보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출발점을 가진다. 베트남전에 참전하기 전 학교에서 인기 많고 운동도 잘하던 평범한 청년이었던 람보가 전쟁터에서 동료들의 죽음과 고문을 겪으며 냉혹한 전사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스탤론은 1982년 첫 '람보' 영화 이후 2019년 '람보: 라스트 워'까지 다섯 편에서 존 람보를 연기하며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퇴역 군인 캐릭터로 세계적인 액션스타 반열에 올랐다.


앤서니 이폴리토 / 영화 '아이 플레이 록키'


흥미롭게도 스탤론의 젊은 시절을 그린 또 다른 영화에서도 AI 대신 실제 배우가 캐스팅됐다. '록키'의 탄생 과정을 다룬 전기영화 '아이 플레이 록키'에서는 27세 배우 앤서니 이폴리토가 젊은 스탤론 역을 맡았다.


그럼에도 스탤론은 AI 기술의 확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AI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 흐름을 따라가지 않으면 짓밟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할리우드에서 AI 활용을 둘러싼 반발이 거세지만 기술 발전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스탤론은 AI가 할리우드의 배우 활용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배우들이 자신의 이미지 사용권을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언젠가는 고인이 된 엘비스 프레슬리의 디지털 아바타가 수십 개 등장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발언은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를 AI로 복제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할리우드가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나왔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작년 자신의 동의 없이 AI로 외모와 연기를 복제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반면 스탤론은 배우 본인이 원한다면 AI를 통해 과거의 자신을 다시 연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AI는 이미 영화 제작 현장에서 배우의 외모를 젊게 만들거나 과거의 인물을 재현하는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배우 대신 디지털 복제본을 사용할 경우 초상권과 사용 동의, 출연료뿐 아니라 새로운 배우의 일자리 문제도 함께 떠오른다.


스탤론 역시 창작자들의 우려가 타당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술의 확산을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40년 넘게 람보를 연기한 배우가 AI로 자신의 젊음을 되찾고 싶어 했지만, 새로운 람보는 결국 다른 배우의 몫이 됐다. 기술이 배우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게 된 시대, 영화계는 그 역할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라는 새로운 선택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