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9일(목)

"뛰면서 환자 보라"…인천 마라톤 주최측 '무보수 메딕' 공고 논란

온라인 커뮤니티 인스티즈에 '러닝 사망사고에 대비하는 러닝대회 주최측'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마라톤 현장에서 급증하는 심정지 등 응급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주최 측이 내놓은 이른바 '레이스 메딕' 모집 요강을 두고 안전 대책의 실효성과 의료진 열정페이 논란이 동시에 불거졌다.


풀코스 뛰며 응급 처치


공개된 2026 인천마라톤의 안내문에 따르면 주최 측은 참가자들의 안전사고에 대응할 '러너스 부스트 크루: 레이스 메딕'을 별도로 선발한다.


인스타그램 캡처


주최 측은 레이스 메딕을 "멈춰있는 구급차가 아닌, 코스 위에서 러너들과 동일한 호흡으로 질주하며 응급 상황을 통제하는 달리는 응급실"이라고 소개했다. 수만 명의 참가자가 몰리는 대형 스포츠 행사에서 이동형 의료 인력을 배치해 골든타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지원 자격은 철저히 전문성과 신체 능력 위주로 한정됐다.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면허 소지자 중 지원 코스(풀코스 또는 10km)의 완주 기록을 증빙할 수 있거나 이에 준하는 주력을 갖춘 사람만 지원할 수 있다. 합격자는 주최 측이 진행하는 자체 교육을 이수해야 현장에 투입된다.


기념품 패키지가 전부


논란이 불거진 대목은 전문 의료 인력에 대한 보상 체계다. 주최 측이 제시한 제공 혜택은 별도의 급여나 일당이 아닌 '일반 참가자 패키지와 동일한 기념품'이었다. 번호표, 대회 공식 티셔츠, 완주 메달, 타월, 양말, 블랭킷, 에너지젤, 마스크팩 등 통상적인 대회 참가 기념 물품이 지급 물품의 전부에 해당했다.


해당 공고를 접한 네티즌 사이에서는 즉각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최근 마라톤 대회 현장에서 연이어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주최 측이 져야 할 안전관리 예산과 책임을 자원봉사 성격의 의료진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최근 마라톤 대회에서 사망 사고까지 발생하니 주최 측에서는 책임은 지기 싫고 비용도 쓰기 싫어서 공짜로 뛰면서 책임까지 대신 져줄 의료진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응급의료체계를 제대로 구축하려면 전문 의료인력과 장비, 구급차, 이송체계에 충분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의료진의 마라톤 완주 기록을 요구할 게 아니라 보수 지급 여부, 응급상황에서의 역할과 책임 범위,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과 보험 문제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적었다.


반면 일각에서는 "마라톤을 취미로 즐기는 의사나 간호사들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며 대회에 동참하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 "해외 주요 마라톤에서도 러닝 닥터나 메딕 제도를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