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미국 등 우방국에 전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의 재판에서 법원이 특별검사팀의 부실한 공소사실 기재를 강하게 질책하며 보완을 명령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8-1부(재판장 장성진)는 오늘(2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넘겨진 윤 전 대통령과 신 전 실장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신 전 실장의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와 관련해 구성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그 근거에 관한 기재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앞서 쟁점 정리를 위해 요구했던 사안에 대해 특검이 불성실하게 대응했다며 "재판부 요구를 무시한 것 같다"고 질타했다.
지난달 열린 1차 준비기일에서 신 전 실장 측은 국헌문란 목적의 구체적 근거와 함께, 대통령 지시에 묵시적으로 동조했다는 이유만으로 내란에 본질적 기여를 했는지, 메시지 전달 행위가 내란 폭동 가담에 해당하는지 밝혀달라고 특검에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특검이 전날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답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며 "공소장에 불분명하거나 누락된 부분이 있어 개괄적인 답변을 내라고 한 것인데 이를 묵살했다"고 짚었다.
피고인별 범행 가담 경로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에게 지시하는 것을 신 전 실장이 옆에서 듣고 동조했다는 것인지, 두 사람에게 동시에 지시했다는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꼬집었다. 특검 측이 "함께 지시했다는 취지"라고 해명하자 재판부는 "그렇다면 신 전 실장이 듣고 묵시적으로 동의했다는 기재는 왜 들어가 있느냐"며 "김 전 차장에게만 지시한 구조라면 신 전 실장의 구체적 동조 언행이나 실행 가담 정황을 입증해 기소 취지를 분명히 정리하라"고 명령했다.
특검이 기일 직전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제출한 점도 재판부의 제지를 받았다. 재판부는 "전날 오후 늦게 제출하면 법원의 검토 시간이 부족해지고 피고인 측 변론권도 침해된다"고 경고했다.
특검 측은 "다음부터는 신속히 내겠다"고 몸을 낮췄다. 특검은 계엄 해제 직후인 2024년 12월 4일 대외 메시지 전달 지시와 관련해, 기존 직권남용 혐의에 더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상태다. 특검은 내란 행위의 종료 시점을 계엄 해제 시점이 아닌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024년 12월 14일로 규정했다.
법정에 선 피고인 측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미 대사에게 담화문 취지를 설명하라고 지시했을 뿐 공소장에 적시된 구체적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한 적은 없다"며 정상적인 외교 직무 수행이었다고 맞섰다. 신 전 실장 측은 "2024년 12월 4일 오후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하거나 메시지 전달 지시를 받은 사실 자체가 없으며, 안보 공백 방지 취지의 통화는 12월 6일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앞선 준비기일의 진술을 번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