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음식 조리시간과 배달 도착 예정 시간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고객과 가게, 라이더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이고, 사람이 일일이 조율하지 않아도 주문이 원활하게 처리되는 배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28일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기술 콘퍼런스 '우아한테크콘퍼런스2026'(우아콘)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2020년 처음 열린 우아콘은 배민의 기술적 성과와 인사이트,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행사다. 올해는 '멈추지 않는 도시를 만드는 기술'을 주제로 40여개 발표 세션이 마련됐다. IT 기업 및 스타트업 종사자와 개발자를 꿈꾸는 취업준비생 등 1만여명이 사전 등록을 신청했으며, 추첨을 통해 선정된 2000여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오프닝 키노트에 나선 고명석 우아한형제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를 활용한 서비스 고도화 사례를 소개했다. 대표적인 성과는 초개인화 추천 엔진과 조리시간·배달시간 예측 모델이다.
배민은 3000개가 넘는 고객 변수를 바탕으로 이용자별 맞춤형 혜택과 메뉴 추천을 제공하는 초개인화 엔진을 구축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관련 정보를 탐색하고 고객에게 적합한 혜택과 추천을 스스로 판단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용자 반응 등 변화한 지표를 바탕으로 모델을 개선해 개인별로 더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가게의 조리시간 예측에도 AI를 적용했다. 기존에는 사장님이 직접 입력한 조리시간을 활용했지만, 실제 조리시간과 약 8분의 차이가 발생했다.
이에 메뉴별 주문량과 처리 속도 등을 반영해 조리시간을 추천하도록 모델을 고도화했고, 그 결과 평균 예측 오차를 50% 줄였다. 실제 주방 상황을 더 정확하게 반영해 라이더가 음식 완성 시점에 맞춰 도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조리시간 예측은 라이더의 대기시간과도 직결된다. 음식이 예상보다 늦게 완성되면 라이더는 가게에서 기다려야 한다.
한다니엘 우아한형제들 딜리버리 총괄은 라이더가 하루에 배달 업무를 60번 수행할 때 건당 1분씩 대기하면 하루 1시간을 기다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배민은 매장별 주문량과 메뉴별 조리시간, 주방 혼잡도 등 실시간 상황을 반영해 조리시간을 추천함으로써 라이더 도착 시점과 음식 완성 시점을 최대한 맞춘다는 계획이다.
배달 도착 예정 시간 예측도 개선했다. 기존에는 사장님이 입력한 음식 준비 시간을 바탕으로 배달시간을 안내했지만, 이제는 가게별 배달 현황과 지역 혼잡도, 배달 인프라 현황 등 58개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배달시간을 예측한다. 이를 통해 예측 정확도를 기존 대비 2배 이상 높였다.
배달 경로 최적화에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방식을 적용한다. 지도상 거리가 짧은 경로가 반드시 실제 배달시간을 줄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언덕이나 교차로 등 지도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도로 환경과 라이더의 이동 특성도 실제 주행에 영향을 미친다. 배민은 기존의 직관에 의존하기보다 실험과 데이터를 통해 실제 도시에서 효율적인 경로를 찾고 있다.
우천 시 라이더 수요 대응에도 AI를 활용한다. 비가 오면 주문이 늘어나는 반면 가용 라이더는 줄어들 수 있다. 과거에는 운영팀이 날씨와 지역 상황을 살펴 배달 가능 범위를 수동으로 조정했지만, 현재는 시스템이 지역별 피크 시간대의 라이더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필요한 라이더를 사전에 확보한다. 이를 통해 우천 시 대응 시간을 기존보다 약 80% 단축했다.
주문 처리 과정의 안정성을 높이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서비스 응답이 지연되거나 시스템 간 메시지가 누락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주문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거나 중간에 유실되지 않도록, 오류가 발생한 단계부터 처리를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로봇이 B마트 주문을 고객 문 앞까지 배달한다. 배민에 따르면 로봇은 전체 이동 거리의 99% 이상을 자율주행하며, 월 약 5000㎞를 주행한다.
이 같은 기술의 공통점은 사람의 직관에 의존하던 판단을 실험과 데이터 기반으로 바꾸는 데 있다. 한다니엘 총괄은 라이더 수요와 조리시간, 배달 경로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직관과 다르면 데이터를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과학자와 분석가, 머신러닝·백엔드 엔지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등이 하나의 팀으로 협업하며 실제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배민이 지향하는 미래 도시를 고객이 원하는 것이 필요한 순간 전달되는 '심리스 시티(Seamless City)'로 정의했다. 고객과 가게, 라이더, 로봇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변수가 많은 배달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고 CTO는 "더 잘 예측하고 판단하며, 이를 통해 스스로 실행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예측을 개선하는 기술이 배민이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아콘에서는 AI·머신러닝(ML), 백엔드·프론트엔드, 모바일 앱, 데이터, 조직문화,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세션도 진행됐다. 현직 구성원과 참가자가 직접 대화하는 멘토링과 모바일 미니게임 'B마트 타이쿤', AI 프롬프트 작성 속도를 겨루는 '프롬프트 스피드런' 등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