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닿는 아주 어릴 적부터 동물을 사랑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자라며 자비를 배웠지만, 동물은 스스로 고통을 말할 목소리가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고자 수의사가 됐다."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동물 구조와 치료에 헌신하는 한 수의사의 사연이 전 세계인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동물 전문 유튜브 채널 '더 도도(The Dodo)'가 지난 26일 공개한 영상 속 주인공인 팔레스타인 수의사 하삼(Hassam) 박사의 이야기다.
가자지구 내부의 극한 분쟁 상황 속에서 하삼 박사 개인의 삶 역시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의 보금자리는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됐고, 이번 위기 기간 동안 피란길에 올라 거처를 옮긴 횟수만 무려 13차례를 넘어섰다.
당장 하루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하기조차 벅찬 생존의 위기 속에서도 그는 부상당하고 굶주린 동물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인간뿐만 아니라 무고한 동물들 역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책임감이 그를 현장으로 이끌었다.
하삼 박사는 인터뷰에서 "가자 위기의 피해자로서 겪는 내 경험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사뭇 달랐다. 내게는 이 동물들을 돌봐야 한다는 막중한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치료제와 백신, 먹이가 부족해 고통받는 동물들을 보았을 때 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돕는 것이 내 본분이라고 느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에 대한 구조 요청 전화와 메시지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폭격의 위험이 도사리는 거리로 직접 나가 무료 진료를 제공하고 굶주린 길거리 동물들을 위한 먹이 급식소를 손수 마련했다.
치료를 받는 동물들 대부분은 분쟁 이전만 해도 평범한 가정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던 반려견과 반려묘들이었다.
사람조차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든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버려진 동물들은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과 구조의 손길에 전적으로 생명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삼 박사 본인 역시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극한의 고난을 겪고 있지만, 폐허 속에 남겨진 생명들이 결코 잊히지 않도록 매일 현장을 누비며 연민과 연대의 가치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
그는 현재 가자지구 내 동물들을 위한 필수 의약품과 백신 공급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하삼 박사는 "내 목소리가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이곳 동물들의 처참한 상황을 바꾸고, 가자지구에 모든 종류의 동물 의약품과 백신이 들어올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간절한 지지를 당부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진 전쟁터 한복판에서 말 못 하는 약자들의 곁을 지키는 그의 숭고한 사투는 국경과 언어를 넘어 지구촌 시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