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사 118일 만에 첫 교체...세 명 모두 '일신상의 이유'
'성과 기반 수시 인사' 유지...유임 이후 판단 달라진 배경은 미공개
롯데그룹이 지난해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임시킨 계열사 대표 3명이 넉 달에서 여섯 달 반 만에 잇따라 물러났다. 회사가 밝힌 퇴임 사유는 모두 '일신상의 이유'였다.
다음 달 말 정기인사에서는 안정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지난해 연말 자리를 지킨 대표 3명은 올해 상반기를 넘기지 못했다. 정기인사의 교체 규모만으로는 연중 인사 폭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유임 118일 만에 첫 교체...엿새 뒤 또 바뀐 대표
28일 롯데그룹 인사를 종합하면 올해 3~6월 코리아세븐·롯데멤버스·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세 회사 대표는 지난해 11월 26일 롯데가 36개 계열사 이사회를 거쳐 발표한 2026년 정기 임원인사의 대표이사 승진·보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세 회사는 임원 승진자만 명단에 올렸다.
첫 교체는 정기인사 발표 118일 만이었다. 코리아세븐은 3월 24일 김대일 전 섹타나인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2023년 12월부터 회사를 이끈 김홍철 대표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김 신임 대표는 1988년 코리아세븐 설립 이후 처음 외부에서 영입한 최고경영자다.
엿새 뒤인 3월 30일에는 롯데멤버스가 박종남 롯데지주 AI·DT혁신팀장(상무)을 새 대표로 내정했다. 2023년 1월 그룹 첫 외부 출신 여성 대표로 취임한 김혜주 대표도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났다.
6월 12일에는 롯데하이마트가 야놀자클라우드 대표를 지낸 김종윤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2022년 12월부터 회사를 맡아온 남창희 대표의 퇴임 사유 역시 같았다. 정기인사 발표 198일 만이다.
세 회사의 교체 발표에는 공통된 설명이 붙었다.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연말 정기 임원인사 체제에서 수시 임원인사 체제로 전환했다는 내용이다.
롯데는 2024년 11월 정기인사에서 수시 인사 체제 전환을 처음 밝혔다. 지난해 11월 인사 때도 "성과 기반 수시 임원인사와 외부 인재 영입 원칙을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지난해 2월에는 정기인사 석 달 만에 대표이사급 수시 인사를 냈고, 같은 해 7월 롯데컬처웍스 대표에는 CJ 4DPLEX 대표 출신 김종열 대표를 선임했다.
실적 부진 속 교체...수개월 사이 달라진 판단은
올해 대표가 바뀐 세 회사는 모두 실적 회복이 더뎠다. 롯데하이마트는 1분기 영업손실 148억원을 냈다. 적자 폭은 전년 동기보다 37억원 커졌다. 코리아세븐은 2022년 한국미니스톱 인수 이후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멤버스는 2024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8% 줄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창사 10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다만 실적 부진만으로 교체 시점까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686억원으로 전년보다 158억원 줄었다. 롯데하이마트도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96억원을 냈다. 정기인사에서 유임을 결정한 뒤 수개월 사이 어떤 판단이 달라졌는지는 회사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교체 이후 나온 실적을 신임 대표의 성과로만 보기도 어렵다. 코리아세븐은 김대일 대표 취임 이후인 2분기 영업이익 41억원을 내며 11분기 만에 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롯데하이마트도 2분기 흑자로 전환했지만, 해당 분기의 대부분은 김종윤 대표 내정일인 6월 12일 이전이다.
두 차례 정기인사서 대표 41명 교체...올해는 '안정' 관측
롯데는 다음 달 말께 2027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두 차례 정기인사에서 교체한 대표이사는 2024년 11월 21명, 지난해 11월 20명 등 총 41명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교체 폭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기인사 규모를 줄이더라도 수시 교체의 여지는 남는다. 롯데가 밝혀온 인사 원칙은 '성과 기반 수시 인사'다. 지난해 연말 유임된 뒤 올해 상반기 물러난 대표 3명도 이 기간에 교체됐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7월 하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지난 10년간 그룹 사업 경쟁력이 정체됐다고 진단했다. CEO들에게는 명확한 비전과 대담한 혁신을 주문했다. 다만 앞선 대표 3명의 교체 발표에는 '일신상의 이유' 외에 구체적인 성과 평가 기준이나 교체 배경이 담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