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에 울려 퍼진 아파트 단지 내 안내방송을 두고 입주민들 사이에서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육아 가구의 수면권 보장 요구와 직장인 가구의 정보 전달권 및 생활 리듬이 정면으로 부딪치며 갈등이 번진 탓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 아파트 입주민 단체 대화방 캡처 화면과 함께 '아파트 단톡에 못 참고 한마디 했다'는 취지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공개된 대화방을 보면 발단은 평일 오후 8시경 단지 내 스피커로 송출된 관리사무소 안내방송이었다.
한 입주민은 "매일 오후 8시경에 뜬금없이 안내방송을 하는데 이게 정상이냐"라며 "아파트 전용 애플리케이션 등 여러 전달 방법이 있는데 굳이 방송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소리도 너무 크게 나와 내일 아침 9시가 되자마자 관리사무소에 전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영유아를 양육하는 다른 입주민들도 동조하고 나섰다. "아이를 겨우 재웠는데 방송이 나와 애들이 다 일어나게 생겼다", "맞다. 아기 키우는 집은 어쩌려고 늦게 방송을 저리하는지 모르겠다", "소리가 너무 크다", "엘리베이터에 공문을 붙이던가 늦어도 오후 7시 전에는 방송을 끝내달라"는 격앙된 반응이 잇따랐다.
일부 주민은 관리사무소 확인 결과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결정에 따라 주민들이 가장 많이 귀가해 있는 시간대인 오후 8시에 방송을 진행한 것이라 전하며 항의 수위를 높였다.
반면 오후 8시를 '심야'로 규정하고 방송 자체를 차단하려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는 반론도 팽팽하게 맞섰다. 한 입주민이 단체 대화방에 "8시는 밤늦은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내자 조용히 공감 표시가 달리기 시작했다.
해당 사연을 공유한 작성자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저녁 8시인데 8시가 무슨 밤늦은 시간이냐"며 "아파트에 아이를 키우는 집만 사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통상적인 퇴근 및 귀가 시간을 고려할 때 아파트 공지사항을 직접 육성으로 청취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는 주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 창에서도 뚜렷한 입장 차가 나타났다. "신생아나 어린 자녀를 둔 가정 입장에서는 밤 8시 방송이 육아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소음일 수 있다"거나 "요즘은 전용 앱이나 엘리베이터 모니터, 알림톡 등 대체 수단이 충분하다"며 육아 가정의 입장에 공감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반면 "오후 8시면 한창 저녁 식사를 하거나 이제 막 귀가하는 시간대인데 이것마저 막으면 고령층 등 앱을 쓰지 못하는 주민들은 긴급 공지를 어떻게 듣느냐", "공동주택에서 각자 생활 방식이 다른 만큼 일방적인 잣대만 강요할 수는 없다"는 비판도 팽팽하게 맞섰다.
스피커 음량 조절과 개별 세대 차단 기능 부재도 갈등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 입주민은 "소리를 줄여달라고 관리사무소에 요청했으나 개별 조절이 불가능하고 전체 선로가 묶여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구축 단지는 물론 일부 신축 단지조차 세대 내 방송 수신기를 개별 음소거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어, 입주민 간의 시간대 조율 기준과 방송 송출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마찰은 당분간 이어질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