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9일(목)

'일중 관계 개선' 이끈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 별세... 헌정 첫 '부자 총리' 기록

일본 제91대 총리를 지낸 후쿠다 야스오가 향년 90세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22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심부전으로 별세한 사실을 자민당이 26일 공식 발표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부친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에 이어 일본 헌정사상 최초로 부자가 총리직을 수행한 정치인이다.


그는 민간 석유회사 근무를 거쳐 아버지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1990년 중의원 선거에서 첫 당선됐다. 이후 모리 요시로·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관방장관으로 활약하며 정권을 뒷받침했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 GettyimagesKorea


2007년 9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사임에 따라 제91대 총리로 취임한 그는 출발부터 어려운 국회 상황에 직면했다.


자민당은 중의원에서 다수를 차지했으나 참의원에서는 야당이 우세한 '여소야대 국회' 구도였다. 후쿠다 전 총리는 자신의 내각을 "배수의 진 내각"이라 칭하며 한 걸음만 실수해도 자민당이 실각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돌파구 마련을 위해 그는 2007년 11월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와 대연정을 논의했지만, 민주당 내부 반대로 무산됐다.


국회 운영의 난항이 계속되면서 그는 2008년 9월 사임을 발표했다. 재임 기간은 약 1년으로 짧았지만 중요한 정책 유산을 남겼다.


소비자 행정 개혁은 그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후쿠다 전 총리는 여러 부처로 분산된 소비자 피해 대응 업무를 통합해 소비자 관점에서 사안을 해결하는 강력한 조직 설립을 구상했다. 그가 추진한 소비자청은 퇴임 후인 2009년 9월 1일 공식 출범했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 GettyimagesKorea


전국소비자단체연락회 사무국장으로 설립운동에 참여하고 2012년 소비자청장을 역임한 아난 히사시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행정을 실현하려는 결의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후쿠다 전 총리가 온화한 말투로 부처 간 칸막이 해소를 요구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후쿠다 씨가 아니었다면 소비자청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교 분야에서 그는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의 대화를 강조하는 균형외교를 펼쳤다.


2008년 5월 일본을 국빈 방문한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전략적 호혜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의 공동 이익 확대와 협력 강화가 주요 기조였다.


2012년 정계 은퇴 이후에도 후쿠다 전 총리는 일중관계 개선 활동을 지속했다. 양국 관계가 냉각됐던 2014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만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갈등이 있을수록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반영된 행보였다.


그의 직설적인 발언도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2008년 9월 퇴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설명이 남의 일처럼 들린다는 기자의 지적에 "저는 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당신과는 다릅니다"라고 답했다. 차분한 실무형 정치인이라는 평소 이미지와 달라 널리 회자된 장면이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 GettyimagesKorea


주변 인사들은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던 그의 인품을 추모하고 있다. 부친 때부터 2대에 걸쳐 지역구 비서를 맡은 가세다 요시노리는 후쿠다 전 총리가 모임에 갈 때도 차를 출입구까지 대지 않고 앞에서 내려 걸었다고 전했다. 가세다는 "누구에게나 공평했고 아첨하거나 남을 깔보지 않았다"며 "품위와 품격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던 분"이라고 고인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