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 공무원에게 수억 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가 회사 차원의 자금 조성 의혹을 부인했다.
뇌물 전달 통로로 지목된 협력업체의 계약대금이 4억원 늘어난 이유를 놓고는 LIG D&A와 방사청의 설명이 엇갈렸다.
지난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종합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익현 LIG D&A 대표이사는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뇌물 자금 조성과 관련해 묻자 "회사에서 절차적으로 3억을 마련하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천 의원은 사건 당시 신 대표가 회사의 부사장과 사업부문장 등을 지냈다는 점을 거론하며 거액의 자금이 마련되는 과정을 알지 못했느냐고 추궁했지만, 신 대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직접 수사를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임원 2명에 대해서도 "두 사람 모두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 의원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방사청 공무원과 자금 마련에 관여한 하청업체 대표 등이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뇌물 전달 통로로 지목된 하청업체의 계약대금 증액 사유도 쟁점이 됐다.
천 의원이 LIG D&A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상전술전자장비Ⅱ 사업에 들어가는 일부 장비의 구매대금을 16억5000만원에서 20억5000만원으로 4억원 늘렸다. 계약대금 증액은 2023년 10월과 2024년 2월 두 차례 이뤄졌다.
LIG D&A는 자료를 통해 계약대금이 늘어난 이유가 군의 추가 요구사항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 역시 해당 설명이 사실이냐는 천 의원의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그러나 방사청이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은 달랐다. 방사청은 군이 추가 업무를 요구한 사실이 없으며, LIG D&A와 협력업체 사이에 수정 계약이 체결된 것은 맞지만 군의 요청에 따른 증액은 아니라고 밝혔다.
천 의원이 양측의 설명이 충돌한다고 지적하자 신 대표는 "제가 받은 보고 내용은 이것과 다르다"고 답했다.
검찰은 LIG D&A 측이 협력업체를 통해 뇌물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방사청 공무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회사 차원의 관여 여부와 개별 임직원의 형사책임은 재판에서 다퉈지고 있다.
사업 평가 결과를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천 의원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방사청 사무관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사업에서 LIG D&A가 3전 3승을 기록한 반면, 해당 사무관이 참여하지 않은 평가에서는 4승 8패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사무관의 평가점수를 제외하면 일부 사업의 평가 순위가 뒤바뀐다며 뇌물공여 혐의와 사업 수주 사이의 연관성을 추궁했다.
이에 신 대표는 "저는 그 사무관이 점수를 어떻게 줬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답했다.
신 대표는 회사 차원의 뇌물 자금 조성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사건 발생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나타냈다.
그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도의적 책임을 묻자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생각하고 대표이사로서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소가 된 시점에서 회사 내에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점검했다"며 글로벌 로펌에 준법경영체계 강화를 의뢰하고 준법감사실을 신설해 내부통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앞서 수원지검은 방사청 공무원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총 915억원 규모의 방위사업 6건에 대한 제안서 평가 과정에서 LIG D&A 측에 유리한 점수를 주는 등의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검찰이 제시한 LIG D&A 측 금품 제공 혐의액은 3억2000만원이다. 협력업체 선정과 관련한 별도 금품수수 혐의액까지 합치면 약 4억6000만원에 달한다.
방사청은 지난 20일 방위사업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뇌물공여와 원가부정 사건을 이유로 LIG D&A에 24개월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을 의결했다. 제재는 오는 29일부터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다.
LIG D&A는 지난 22일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제재는 연말 계약을 앞둔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체계개발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법원의 집행정지 판단과 뇌물공여 사건의 재판 결과가 LIG D&A의 방산사업 추진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