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토)

순직 소방관 추모 예산 1억 원 전액 삭감... 추미애, 축소된 행사서 '처우·예우 개선' 약속

경기도가 재정위기를 이유로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억원 규모로 치러진 행사가 올해는 750만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행사에 참석해 소방관 처우 개선을 약속했지만, 예산 삭감 결정이 경기도에서 이뤄진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제2회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에는 순직 소방관 유가족 14명과 추 지사, 소방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참석자들은 순직한 동료를 추모하는 영상을 시청한 뒤 본부 내 해태공원에서 헌화와 분향, 묵념으로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행사는 2시간 동안 소규모 기념식과 헌화식 위주로 진행됐다.


24일 오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해태공원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헌화를 하고 있다. / 뉴스1(경기도 제공)


지난해 10월 19일 열린 첫 행사와 비교하면 규모가 크게 줄었다. 당시에는 도비 1억원이 편성돼 소방 청사와 잔디마당 일대에서 7시간에 걸쳐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순직 소방공무원 13명의 생전 모습과 사연을 담은 초상화가 전시됐고, 유가족과 소방관, 도민들이 함께하는 추모 걷기 행사가 마련됐다.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 응급처치와 화재진압장비 체험 등 일반 도민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되어 순직 소방관 유가족 12가족을 포함해 5천500여명이 참석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도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감액 추경을 편성하면서 행사 예산이 0원으로 줄었다. 이에 소방재난본부는 자체 사무관리비 750여만원으로 행사를 치러야 했다. 예산 부족으로 일반 도민 대상 프로그램이 모두 제외됐고, 유가족 중심의 간소한 행사로 축소되면서 참석 인원도 지난해 대비 1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추 지사는 이날 추도사에서 "소방관이 지켜야 할 생명에는 소방관 자신의 생명도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도, 그를 구하러 간 사람도 모두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안전대책에 담아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는 데 부족함이 없는지 살피고 처우와 예우도 꼭 바꿔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예산 삭감 결정 자체가 경기도에서 내려진 만큼 추 지사의 발언이 공허하게 들린다는 반응이 나온다. 소방 현장에서는 순직 소방관을 기리는 행사 예산을 삭감한 것 자체가 소방관에 대한 예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정위기 상황이라 해도 예산 1억원은 경기도 전체 예산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24일 오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해태공원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헌화를 마치고 유가족과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정용우 미래소방연합노동조합 위원장은 "순직 소방관 유가족에 대한 예우와 동료들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행사는 더욱 확대되고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현직 소방관들에게도 자긍심이 되고, 어려운 현장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용기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들 역시 추모행사가 단순히 형식적인 행사가 아니라 순직 소방관의 희생을 기억하고 현직 소방관들에게 힘을 주는 의미 있는 자리라고 강조하며, 예산 삭감으로 도민들과 함께하는 추모의 장이 사라진 것에 큰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내년 행사 예산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는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는 과정에서 이번 행사 예산도 삭감했다고 설명했으나,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가 삭감 대상에 포함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