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서쪽 교외 지역에서 차량을 이용한 무차별 총격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프랑스 당국은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적·종교적 동기에 따른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즉각 수사에 나섰다. 피해자 대부분이 아프리카계 및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로 알려지면서 프랑스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오전 10시 30분경, 파리에서 서쪽으로 약 30㎞ 떨어진 트라프와 라베리에르 지역에서 회색 르노 클리오 차량을 탄 남성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행인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범행은 약 15분간 이어졌으며, 주유소와 의료시설, 놀이터 등 3곳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범인은 특정 대상을 겨냥하기보다 무작위로 총격을 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격 직후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는 1987년생 케빈 T로 확인됐다. 프랑스 국가대테러검찰청은 용의자의 차량에서 스텐형 기관단총과 최루가스 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진행된 용의자의 자택 수색에서는 가스 실린더 3개와 타이머에 연결된 전선으로 구성된 함정 장치가 발견돼, 검찰은 계획된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용의자의 전과 기록에는 프랑스 법에 따라 자동 말소된 4건의 유죄 판결이 있었으나, 안보 위협 가능성 인물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의 직계가족 1명도 같은 날 오후 경찰에 구금됐다.
12세 소녀 8곳 총상 등 3명 위독... 어머니 "히잡 써서 공격받았나" 분통
이번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2000년생 프랑스인 아프리카계 남성으로 확인됐다. 부상자 5명 중 3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이며, 특히 12세 소녀는 몸 8곳에 총상을 입었다.
피해 소녀의 어머니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딸이 히잡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공격받은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아이는 프랑스에서, 트라프에서 태어났다. 아이에게는 프랑스에서 삶을 꾸릴 권리가 있다"며 "누가 어떻게 어린 아이에게 이럴 수가 있냐"고 호소했다.
알리 라베 트라프 시장은 범인이 무작위로 총을 발사해 참극을 일으키려 했다며 "인종주의, 아마도 이슬람 혐오 성격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내무장관·마크롱 대통령 "분명한 테러 범죄... 증오 범죄 엄정 대응"
사태의 심각성에 로랑 뉘녜즈 내무장관은 현장을 찾아 "분명히 테러 범죄"라고 규정했다. 프랑스 국가대테러검찰청 역시 '테러 조직과 연계된 살인 사건' 가능성을 포함해 피해자의 인종, 민족, 국적, 종교를 이유로 한 공격 행위인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사건 현장인 트라프를 직접 방문해 관계자 및 주민들을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희생자들은 피부색이나 인식된 종교 때문에 표적이 된 것이지, 그 외의 이유는 없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 "오늘 일어난 일은 우리나라에 전환점이다. 피부색이나 종교를 이유로 우리 동포, 우리 어린이들을 죽이려 한 테러 행위가 발생했다"며 "프랑스에는 이런 일이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하며 범죄와 극단주의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사회적 긴장 고조된 프랑스... 당국, 경계 강화 및 배후 추적
이번 사건이 발생한 파리 교외 지역은 아프리카계와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곳이다. 프랑스는 유럽 내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인종 및 종교적 증오 범죄에 대한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특히 최근 프랑스 전역에서 높은 생활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는 등 사회적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발생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주요 박물관을 임시 폐쇄하고 대규모 보안 인력을 현장에 배치했다.
수사 당국은 용의자의 자택에서 발견된 무기와 장비로 미루어 볼 때 더 큰 규모의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용의자의 최근 행적과 접촉 인물, 온라인 활동 등을 토대로 범행 동기와 배후 세력 여부를 추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