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토)

"표정 없는 가로등 신사에 빠졌다"... 롯데월드 '인외' 캐릭터 열풍

가로등 머리를 한 신사가 관객을 향해 손하트를 보낸다. 이를 본 관객들은 휴대전화를 들어 촬영하고,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간다. 사람도, 귀여운 동물도 아닌 낯선 외형의 캐릭터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롯데월드의 퍼레이드 '다크 판타지 페스티벌'에 등장한 '인외(人外)' 캐릭터 이야기다.


최근 X(옛 트위터)와 유튜브 등 SNS에서는 '베스퍼'를 비롯한 롯데월드의 인외 캐릭터들이 주목받고 있다. 롯데월드 공식 X 계정에 올라온 관련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조회수 1000만회를 넘었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베스퍼는 사람의 몸에 가로등 형태의 머리를 한 신사 캐릭터다. 촛불 머리를 한 '캔드라(Candra)', 장미를 형상화한 '로젤(Roselle)' 등도 함께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월드의 퍼레이드 '다크 판타지 페스티벌'에 가로등 신사 '베스퍼'가 등장하자 관람객들이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고 촬영하고 있다. / 사진 제공=롯데월드


표정이 없어 더 끌린다... 팬들이 채워 넣는 '덕질'의 즐거움


이들 캐릭터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인외'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뜻하는 인외는 서브컬처에서 인간과 다른 신체적 특징이나 외형을 지닌 캐릭터를 가리킬 때 쓰인다. 신화 속 존재부터 사물의 형상을 한 캐릭터까지 범위도 다양하다.


통상적으로 테마파크 퍼레이드는 동물 마스코트나 친숙한 공주·요정 캐릭터가 중심이 되고, 가을 시즌에는 핼러윈에 맞춰 유령 등 공포 콘셉트가 주를 이룬다. 롯데월드는 여기서 벗어나 이목구비 없는 사물 형상의 캐릭터를 내세웠다. 신비로운 분위기에 '베스퍼'의 낯설면서도 다정한 매력이 새로운 반향으로 이어졌다.


인외 캐릭터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감정을 해석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표정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고개를 기울이는 각도나 손짓 하나에도 보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캐릭터의 성격과 관계, 이야기를 상상하며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이는 과정이 팬들의 관심을 키운다.


이러한 관심은 자발적인 2차 창작으로도 이어졌다. SNS에는 베스퍼와 다른 캐릭터를 그린 팬아트부터 인형 등 직접 제작한 작품까지 다양한 창작물이 올라오고 있다. 팬들은 캐릭터의 외형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롯데월드 '다크 판타지 페스티벌'의 베스퍼(Vesper), 캔드라(Candra), 로젤(Roselle) / 롯데월드 인스타그램


SNS 스타 된 인외 캐릭터... 퍼레이드가 만든 팬덤


온라인에서 접한 캐릭터를 테마파크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은 특별한 매력이다. 캐릭터가 관객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자신만의 동작을 선보이는 순간은 화면으로 볼 때와는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이 다시 SNS에 공유되면서 캐릭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구조도 만들어진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관심이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놀이기구를 타지 않고 퍼레이드만 보러 오는 방문객도 생겼다는 말이 나온다.


팬들의 관심이 커지자 롯데월드는 공식 계정을 통해 캐릭터 이름을 공개했고, 팬아트 콘테스트를 열어 참여의 기회도 마련했다. 


테마파크가 가장 잘하는 일


롯데월드의 퍼레이드 '다크 판타지 페스티벌' / 사진 제공=롯데월드


이번 열풍이 흥미로운 이유는 거대한 장치나 새로운 기술이 아닌, 테마파크의 가장 기본적인 콘텐츠인 퍼레이드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밤이 되면 불이 켜지고, 낯선 세계에서 온 듯한 캐릭터들이 눈앞을 지나가며 손을 흔든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듯한 순간은 테마파크가 오랫동안 선사해온 경험이다. 여기에 '인외'라는 낯선 캐릭터가 더해지면서 반응이 달라졌다.


그동안 서브컬처 팬들 사이에서는 "취향을 온전히 충족시켜 줄 대중적 콘텐츠가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롯데월드 퍼레이드는 기존 팬들의 갈증을 풀어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인외'라는 장르를 잘 몰랐던 일반 관객의 시선까지 끌어당겼다. 


"얼굴도 없는데 왜 볼수록 매력적인지 모르겠다", "가로등을 보고 입덕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SNS에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낯선 서브컬처 문화가 테마파크라는 대중적인 무대를 만나 새로운 팬층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열풍은 익숙한 콘텐츠도 캐릭터가 매력을 갖추면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설 수 있고, 테마파크가 가진 기본적인 즐거움이 여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로등 신사' 베스퍼가 앞으로 롯데월드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다음 행보에도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