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동부 초원에서 일본 통신사 KDDI 자회사 모비콤 임원들이 보호구역에 불법 진입해 사냥과 낚시 중 차량 화재를 일으켜 대형 산불로 번졌다.
지난 9일 몽골 동부 도르노드주 대형 초원에서 일본계 통신사 차량으로 인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일주일 넘게 불길이 타올랐다. 어둠 속에서 치솟은 불길은 몽골과 중국 국경 인근까지 번져나갔다.
몽골 소방당국은 3천4백여 명의 진화 인력을 현장에 투입했다. 일주일이 넘는 진화 작업 끝에 불길은 겨우 잡혔다.
화재 원인 조사 결과 일본 통신사 KDDI의 자회사인 모비콤 임원들이 타고 있던 닛산 패트롤 차량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차량에 마른 풀이 끼어 들어가 불이 붙었고, 이것이 초원 전체로 확산됐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보도다.
모비콤은 1996년 일본 KDDI가 현지 기업과 합작해 설립한 통신사로, 현재는 KDDI 자회사가 됐다. 모비콤의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원은 일본인으로 구성돼 있다.
논란은 화재 자체보다 발생 장소와 목적에 집중됐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자연보호구역의 핵심 지역이었다. 그런데 모비콤 임원들은 사냥과 낚시를 위해 이곳에 불법 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모비콤 CEO 야스히로 오치는 지난 14일 공개 사과했다.
그는 "여러분의 우려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연환경에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리고, 몽골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일본 기업인이 연루된 대형 사건임에도 정작 일본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이 온라인에서 확산된 것이다.
일본 네티즌들은 "왜 일본 언론은 침묵하느냐"며 자국 언론을 비판했다. "만약 중국 통신사 자회사였다면 일본은 연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도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일본 교도통신이 이 사건을 보도한 것은 어젯밤이었다. 화재 발생 2주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야 몽골 국영통신을 인용해 뉴스를 낸 것이다.
기사는 단 두 문장으로 구성됐고, 그중 한 줄은 모비콤의 일본 모회사 측 입장인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내용이었다.
몽골 정부는 조사를 진행 중이며 "국경 관리 공무원과 모비콤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고 피해를 배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