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국내 시장 공략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BYD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입차 판매 상위권에 오른 데 이어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도 국내 첫 모델의 고객 인도를 앞두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공세가 보급형을 넘어 프리미엄 영역까지 확장되면서 현대차와 기아, 테슬라, 유럽 브랜드 등 기존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커코리아는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7X'의 국내 인증을 완료하고 이달 중 고객 인도에 돌입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시승과 전시용 차량 49대가 국내에 신규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판매 차량은 아니지만 본격 출고를 앞두고 판매 준비 단계가 가시화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커코리아는 최근 사전 예약 고객 대상 시승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에는 미디어 시승 등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마케팅 활동도 이어갈 예정이다.
지커는 지난 6월 5일 7X를 국내 공개하고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증 절차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출고 시기가 몇 차례 연기됐다. 현재까지 확보한 누적 사전 예약 물량은 약 1800대로 알려졌다.
7X는 지리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SEA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5인승 중형 SUV다. 국내에는 프로, 맥스, 울트라 등 3개 트림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각각 5299만원, 5999만원, 6999만원이다.
프로에는 75kW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맥스와 울트라에는 100kWh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탑재된다. 국내 상온 복합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각각 375㎞, 483㎞, 440㎞다. 최상위 사륜구동 모델은 최고출력 645마력의 성능을 갖췄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적용해 초고속 충전도 지원한다. 지커 측은 글로벌 사양 기준 최적의 충전 환경에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13~16분이 걸린다고 설명한다.
7X가 본격 판매에 나서면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테슬라 모델 Y 등 국내 중형 전기 SUV 주요 모델들과 정면으로 맞붙게 된다.
지커의 국내 진출은 BYD의 판매 급증 흐름과도 연결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BYD는 올해 1~9월 국내 신규 등록 대수 2만137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8.7%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2614대가 등록되면서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다음인 수입차 브랜드 판매 4위에 이름을 올렸다.
BYD의 판매 성장은 소형 전기차 돌핀과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7이 견인했다. 지난달 돌핀은 1221대, 씨라이언7은 753대가 등록됐다. 두 모델은 수입차 모델별 판매 순위에서 각각 4위와 7위를 차지했다.
BYD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다양한 전기차로 국내 판매 기반을 넓혔다면, 지커는 고급 사양과 주행 성능을 내세워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7X의 가격대는 국내 주요 전기 SUV와 비교 가능한 수준이다.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를 기대한 일부 소비자에게는 가격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상품성과 편의 사양을 중시하는 고객층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판매망과 사후서비스 구축도 중요한 경쟁 변수다.
지커코리아는 서울, 경기, 대전, 부산 등 전국 9개 거점에서 차량 공개와 사전 예약을 진행했다. 연내 판매 네트워크를 14곳으로 늘리고, 제주를 포함한 전국 11개 서비스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약 1800대의 사전 예약이 실제 판매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인증 지연으로 고객 인도가 늦어진 데다 경쟁 모델도 늘어나고 있어 초기 계약 물량을 안정적으로 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업체들의 한국 시장 공략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샤오펑이 국내 진출을 모색하는 가운데 체리자동차는 KGM과 기술 협력 및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BYD에 이어 지커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향후 경쟁 구도를 가늠할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