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조두순 사건의 1심 재판장을 맡았던 판사가 퇴임 후 성범죄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판사는 성범죄 피의자들을 변호해 감형을 이끌어낸 사례들을 성공사례로 홍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두순 사건 1심을 주재했던 이태수 전 부장판사가 작년 3월부터 모 법무법인에서 성범죄 전담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판사는 불법촬영 사건 피의자에게 벌금형을 받아내거나, 성폭력 및 성매매 사건 피의자들의 실형을 면하게 해준 사례들을 자신의 대표적인 변호 실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수임료는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전 판사가 담당했던 조두순 사건은 2008년 12월 경기 안산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행 사건이다.
조두순은 등굣길의 8세 여아를 교회 건물로 끌고 가 성폭행했고, 피해 아동은 중상을 입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2009년 3월 조두순에게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죄의 잔혹함을 감안해 무기징역을 고려했으나, 조두순이 범행 당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판단해 형량을 대폭 낮췄다.
이 판결은 피해의 심각성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심신미약 인정 여부가 특히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징역 12년형은 같은 해 9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조두순은 형기를 채우고 2020년 12월 출소했다.
조두순 사건 판결 이후 이 전 판사는 법원 내에서 승승장구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가정법원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일했고, 2018년에는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역임했다. 2020년 2월에는 광주가정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3년 조두순 사건을 다룬 영화 '소원'이 개봉되며 당시 판결이 재조명받았을 때도 이 전 판사는 가정법원에서 근무 중이었다.
조두순 출소 해인 2020년 이 전 판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뽑은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가정법원장 경력과 우수법관 이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동아 의원은 아동 성범죄자에게 심신미약을 적용해 형을 깎아준 판사가 판사복을 벗은 뒤 성범죄자 감형과 집행유예를 변호 성과로 광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조두순에게 심신미약을 인정해 감형을 내린 재판장이 가정법원장을 거쳐, 이제는 성범죄 감형과 집행유예를 '성공사례'로 홍보하며 사익을 챙기고 있다"며 "이는 피해자와 국민을 두 번 울리는 행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