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뇌물 제공과 원가 부정 사건에 연루된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에 2년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최고 수위의 제재를 결정했다. 방사청 개청 이후 최대 규모의 뇌물 사건이라는 점과 장기간에 걸친 부정행위가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국내 매출 의존도가 높은 LIG D&A로서는 신규 사업 확보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이번 처분이 문제가 제기된 6개 사업 가운데 1개 사업에 대한 결정인 만큼 추가 제재 가능성도 남아 있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전날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위사업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LIG D&A에 대해 '입찰참가자격 제한 24개월' 처분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8월 20일 검찰이 발표한 LIG D&A의 뇌물 및 원가 부정 사건에 따른 후속 조치다.
위원회는 다수의 민간위원이 참여한 가운데 LIG D&A 측의 설명과 진술을 청취했다. 이후 부정행위의 위법성과 향후 방위사업에 미칠 영향 등을 검토하고, 과징금 부과 대신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선택했다.
국가계약법 제27조에 따른 입찰참가자격 제한 기간은 최대 2년이다. 방사청은 개청 이후 최대 규모의 뇌물 액수와 장기간에 걸친 계획적 부정행위, 국가 안보 및 방위사업 전반의 신뢰 훼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915억원 규모 방위사업 6건 평가 개입... 4억6000만원 금품 수수 혐의
이번 사건은 방사청 공무원과 방산업체 임직원 사이의 부적절한 금품 거래 의혹에서 시작됐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방사청 소속 5급 공무원 A씨는 2021년부터 2025년 말까지 총사업비 915억원 규모의 방위사업 6건에서 제안서 평가에 참여하며 LIG D&A에 유리한 점수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지능형 신호탐지 기술' 과제에서는 평가항목 20개 중 16개에서 LIG D&A에 최고점을 부여한 반면, 경쟁업체에는 모든 항목에서 최저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이러한 평가 특혜 등의 대가로 총 4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3억2000만원은 LIG D&A 측으로부터 받은 금품이며, 나머지 1억4000만원은 하청업체 선정과 관련해 받은 사례비로 파악됐다.
검찰은 관련 금품이 허위 용역·자문 계약 등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보고 LIG D&A 임직원과 A씨 등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방사청이 이번에 제재를 결정한 사안은 A씨가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6개 사업 가운데 1개 사업과 관련한 뇌물 제공 및 부정 원가 산정 행위다.
김일동 방사청 차장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방위사업에서 뇌물 수수와 원가 부정 등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어떠한 불법행위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최고 수준의 제재 조치를 통해 방산업계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앞으로도 방위사업 비리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철저히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수주 타격 우려... 나머지 5개 사업 추가 제재 가능성
이번 제재가 실제 시행될 경우 LIG D&A의 국내 신규 방산 수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IG D&A는 정밀유도무기와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등 군 핵심 무기체계를 공급하는 주요 방산업체다. 지난해 매출의 약 80%가 국내에서 발생했으며, 올해 2분기에도 내수 비중이 74.6%에 달했다.
국가계약법상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효력을 발휘하면 일정 기간 공공부문 신규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예정된 방위사업의 사업자 선정과 신규 계약 확보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방사청 역시 제재 심의 과정에서 향후 방위사업 추진에 미칠 영향을 검토했다. 그러나 부정행위의 중대성과 방위사업의 공정성 확보 필요성 등을 고려해 최고 수위의 제재를 결정했다.
다만 실제 입찰 제한 적용 여부와 시기는 향후 법적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집행정지 신청이 이뤄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제재의 효력이 일시적으로 정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제재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번 처분은 문제가 제기된 6개 방위사업 가운데 1개 사업과 관련한 결정이다. 나머지 5개 사업에 대한 검토 결과에 따라 제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법적 절차와 방사청의 추가 제재 여부가 LIG D&A의 국내 방산사업 운영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