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2일(목)

"조선 지분 유동화로 3.4조 마련 추진"... 한화시스템, 위성·국방 AI 투자 확대

한화시스템이 한화오션과 미국 필리조선소 지분을 잇달아 정리하며 약 3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재원 확보에 나섰다. 그룹 내 조선사업에 대한 직접 지분 투자를 줄이는 대신 통합대공망과 우주·위성, 국방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지난 19일 보유 중인 한화오션 보통주 2216만9660주(지분율 7.24%)를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양도하는 거래를 체결했다. 거래금액은 1조3834억원으로, 오는 21일 대금을 지급받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양수인들과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맺었다.


오는 21일 주식 이전과 대금 결제가 마무리되면 한화시스템의 한화오션 직접 보유 지분율은 0%가 된다. 앞서 지난 4월 6일에도 한화오션 지분 4.33%를 같은 방식으로 유동화해 1조7000억원을 확보했다. 올해 두 차례 거래를 통해 마련하는 자금만 약 3조834억원에 달한다.


한화오션 경남 거제사업장 전경 / 한화오션


PRS는 보유 주식을 증권사 등에 넘겨 현금을 확보하되, 향후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을 정산하는 금융거래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거래에서 한화오션 주당 6만2400원을 기준가격으로 설정했으며, 계약기간은 1년이다.


주식을 처분해 당장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향후 한화오션 주가가 하락하면 정산 과정에서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지분 매각 이후에도 일정 기간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다.


한화오션·필리조선소 지분 정리... 미국 조선사업도 재편


한화시스템의 미국 자회사 HS USA홀딩스는 보유 중인 한화필리조선소 지분 60% 전량을 오는 31일 한화디펜스USA쉽빌딩에 매각할 예정이다. 처분금액은 약 3251억원으로, 지난달 18일 이사회에서 결정됐다.


한화디펜스USA쉽빌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와 한화그룹의 북미 투자법인 한화퓨처프루프가 각각 50%씩 출자한 회사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선박 건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한화필리조선소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필리조선소의 지분은 한화오션 40%와 한화디펜스USA쉽빌딩 60%로 나뉜다. 이에 따라 미국 조선사업에 대한 투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그룹 북미 투자법인 중심으로 재편된다.


한화시스템이 올해 한화오션 지분 유동화와 필리조선소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했거나 확보할 예정인 자금은 총 3조4085억원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화그룹 내 계열사별 사업 역할을 구체화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은 미국 조선·방산사업을 확대하고, 한화시스템은 방산전자와 우주·위성 등 기술 중심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이다.


다만 조선 관련 지분을 처분한다고 해서 한화시스템이 관련 사업과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방산전자 기술을 활용한 함정용 전투체계와 레이다 등 협력 분야는 계속 이어갈 수 있다.


통합대공망·위성·국방 AI 집중... 2040년까지 우주에 20조 투자


한화시스템의 다기능레이다(MFR) 제품군을 소개하는 이미지 /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확보한 투자재원의 주요 활용처로는 통합대공망과 위성, 국방 AI 사업 등이 꼽힌다.


특히 중동 방산시장에서 개별 장비 공급을 넘어 방공체계 전반을 통합하는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15일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방산기업 에지(EDGE)그룹과 통합대공망 구축을 위한 주요조건합의서(Term Sheet)를 체결했다.


양사는 단거리부터 중·장거리까지 다양한 방공무기체계를 연동하는 다계층 방공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합작법인(JV) 설립과 생산·운영체계 구축도 검토 중이다.


통합대공망은 여러 방공무기와 탐지·추적 장비를 하나의 지휘통제체계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레이다와 요격무기뿐 아니라 다양한 장비에서 수집한 정보를 통합하고 위협에 대응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한화시스템은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방산전자 사업의 영역을 넓히고, 해외 수출사업에서 현지 협력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UAE 합작법인의 구체적인 설립 방식과 투자 규모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화시스템의 소형 합성개구레이다(SAR) 위성 이미지 /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지난 7월 공개한 중장기 투자계획에 따르면 오는 2040년까지 초저궤도 합성개구레이다(SAR) 위성과 우주 AI 데이터센터,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 등에 약 2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오는 2032년까지 국방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약 3조원을 투자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너지와 함께 총 10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지상 AI 연산 인프라를 확보해 무기체계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의 AI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오는 2031년까지 소형 SAR 위성 64기를 운영하고, 위성 192기를 활용한 저궤도 통신서비스도 추진한다. 단순히 위성을 제작·공급하는 사업을 넘어 자체 위성망을 구축하고 관측정보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국방 AI 기술 확보도 핵심 과제다. 한화시스템은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AI로 분석해 표적과 이상 징후를 식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위성 정찰정보를 지상 무기체계와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위성망과 AI 인프라 구축에는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PRS 계약에 따른 주가 변동 위험을 관리하면서 실제 사업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