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방산 사업이 현대로템 중심으로 재편된다. K2 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이 주포와 자주포 포신 등을 만드는 현대위아의 방산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전차 완성품부터 핵심 무장까지 아우르는 생산체계 구축에 나선다. 현대위아는 50년간 이어온 방산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전날 현대위아의 특수사업부를 3583억8600만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대상은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을 제외한 특수사업부의 영업자산과 부채, 이전 대상 임직원 등이다. 양사는 19일 계약을 체결했으며, 거래는 2027년 3월 31일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로 현대차그룹이 계열사별로 나눠 운영하던 지상 방산사업이 현대로템 중심으로 통합될 전망이다. 현대로템은 방산사업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과 수출 대응력을 높이고, 현대위아는 매각 대금을 미래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사업에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K2 전차부터 주포까지... 방산 수직계열화 본격화
현대로템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차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K2 전차를 앞세워 해외 방산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왔다. 특히 폴란드와 대규모 수출계약을 체결하며 K2 전차를 대표적인 K방산 수출 품목으로 성장시켰다.
이번에 인수하는 현대위아 특수사업부는 K2 전차에 탑재되는 120㎜ 주포와 K9 자주포용 155㎜ 포신 등 대구경 화포를 생산하는 조직이다. 1976년 회사 설립 당시부터 이어져 온 현대위아의 모태 사업이기도 하다.
그동안 K2 전차의 차체와 완성품은 현대로템이, 핵심 무장인 주포는 현대위아가 각각 생산해 왔다. 인수가 완료되면 현대로템은 전차 제작과 주포 생산 역량을 함께 확보하게 된다.
현대로템은 이번 인수로 핵심 부품의 생산과 조달을 통합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K2 전차의 해외 수출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과 부품 공급망 구축에 유리한 여건을 확보하고, 수출 물량의 현지화 품목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대위아 특수사업부가 K2 전차뿐 아니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등에 사용되는 포신도 공급해 온 만큼, 인수 이후 기존 방산업체들과의 납품 관계를 어떻게 운영할지도 관심사다.
방산 매각한 현대위아, 열관리·로봇으로 성장축 이동
지난해 현대위아 특수사업부의 매출은 393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4.6%를 차지했다. 회사의 핵심 매출 기반은 아니지만 반세기 동안 이어온 사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매각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현대위아가 새롭게 집중하는 분야는 차량 열관리 시스템과 로보틱스다. 전기차 배터리와 모터 등의 온도를 관리하는 열관리 시스템을 비롯해 주차로봇, 물류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와 연계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위아는 올해 8조8000억원으로 계획한 매출을 2035년 14조8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열관리 시스템과 로보틱스 사업 매출을 올해 계획인 4000억원에서 2035년 4조원까지 늘려 전체 매출의 27%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번 방산사업 매각으로 확보하는 자금을 신사업 투자에 활용하고, 연구개발 역량과 글로벌 생산거점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번 거래에서 현대위아 특수사업부의 영업가치는 4800억원으로 평가됐다. 다만 임대차 대상인 토지와 건물 1170억원 등을 제외하면서 양수가액은 3583억8600만원으로 결정됐다. 토지와 건물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고 현대로템에 임대하며, 최종 거래금액은 거래종결일까지의 순자산 변동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현대위아는 오는 11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영업양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이미 이사회 의결을 마쳤다. 다만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이 1400억원을 초과할 경우 현대위아가 거래를 철회할 수 있어 최종 인수까지는 변수가 남아 있다. 거래종결 시점 역시 관계기관 인허가 등의 절차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