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2일(목)

몸은 바퀴, 머리는 축...'바퀴'처럼 초속 3.7m로 구르는 뱀의 놀라운 능력

동남아시아 밀림에 서식하는 작은 뱀이 위협을 느끼면 몸을 둥글게 말아 바퀴처럼 굴러 탈출하는데, 이때 초속 3.7m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도 머리는 진행 방향을 정확히 바라본 채 흔들림 없이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동아사이언스가 인용한 일본 도호대 연구팀은 드워프 리드스네이크(학명 Pseudorabdion saravacense)가 바퀴처럼 구르며 이동할 때 머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운동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성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했다.


대부분의 뱀은 몸을 좌우로 구불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지만, 'Pseudorabdion' 속에 속하는 뱀들은 포식자의 공격이나 위협 상황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아 바퀴처럼 구르는 특이한 이동법을 구사한다.


드워프 리드스네이크 / Yosuke Kojima


연구팀은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뱀이 구르는 동안 몸통과 머리가 움직이는 순서를 정밀하게 관찰했다. 바퀴와 달리 회전축이 없는 뱀이 어떻게 빠르게 굴러가면서 진행 방향을 조절하고 머리 균형을 잡는지 그동안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드워프 리드스네이크는 구르는 동작으로 초속 1.72m에서 최고 3.69m까지 속도를 냈다. 이는 일반적인 뱀이 좌우로 몸을 비틀며 이동할 때 측정된 최고 속도의 약 4배 수준이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도 폭 20cm밖에 안 되는 좁은 주행로를 정확히 따라 이동했다.


영상 분석을 통해 뱀이 몸 전체를 하나의 바퀴처럼 굴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뱀은 몸통 측면을 지면에 접촉시켜 굴린 다음, 활처럼 구부린 몸통을 머리 옆으로 넘겨 지면에 내려놓는 동작을 되풀이했다. 연구팀은 이 일련의 동작을 '스트로크(stroke)'로 명명했다.


Yosuke Kojima, Kanon Tanaka


뱀은 회전할 때마다 지면에 닿는 몸통 면과 스트로크 방향을 좌우로 번갈아 바꾸면서 연속적으로 구르는 동작을 이어갔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몸통이 빠르게 회전하는 동안에도 머리는 진행 방향을 향한 채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머리 높이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됐으며, 구르는 속도가 빠를수록 머리를 지면에서 더 들어 올리고 위아래 움직임을 줄이는 패턴이 관찰됐다. 몸통의 큰 회전 움직임과 머리 위치를 안정시키는 동작을 별개로 제어해 빠른 속도에서도 이동 방향과 자세를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바퀴의 회전축처럼 몸 일부를 구조적으로 분리하는 장치가 없음에도 뱀은 몸을 기능적으로 나눠 일부 부위는 크게 회전시키고 머리는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어 "이번 연구는 동물이 새로운 행동 방식을 발달시켜 몸의 형태가 지닌 제약을 극복하고 해부학적 구조만으로는 예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