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호주 에너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최대 에너지 네트워크 기업과 글로벌 재생에너지 투자·운용사 등과 잇달아 협력 관계를 강화하며 전력망 구축부터 에너지저장장치(BESS), 데이터센터 계통 연계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전력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는 호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신규 사업 기회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16일(현지 시간) 호주 멜버른 오스넷(AusNet) 본사에서 오스넷과 송변전 인프라 및 계통 연계 분야 협력을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와 데이비드 스메일스(David Smales) 오스넷 대표 등 양사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전력망 넘어 BESS·데이터센터까지…오스넷과 협력 확대
오스넷은 호주 빅토리아주의 최대 에너지 네트워크 기업이다. 전력 및 가스 배전망과 주 전역을 연결하는 송전망 등 핵심 인프라를 운영하며 지역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오스넷의 협력은 지난해 체결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에서 출발했다. 당시 송변전 인프라 구축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면, 이번 MOA에서는 구체적인 사업 분야와 기술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핵심은 전력망과 새로운 에너지 수요처를 연결하는 계통 연계 사업이다.
양사는 기존 송변전 인프라 외에도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성과 활용도를 높이는 BESS, 데이터센터 등의 계통 연계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BESS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과정에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설비다. 발전량 변동에 대응하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AI 산업 성장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역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계통 연결이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 오스넷과 설계·조달·시공(EPC)은 물론 운영·관리 분야에서도 기술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양사 간 인적 교류도 확대해 장기적인 사업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글로벌 투자사 CIP와도 협약…아시아·태평양 사업 기회 모색
현대건설은 오스넷과의 협약에 하루 앞선 15일에도 덴마크에 본사를 둔 글로벌 그린에너지 투자·운용사 코펜하겐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CIP)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CIP 사무소에서 진행된 협약식에는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와 이화 루(Yi-Hua Lu) CIP 플래그십 투자부문 파트너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양사는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 인프라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CIP는 전 세계 30개 이상의 국가에서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 그린수소, 탄소 포집·저장(CCS) 등 에너지 전환 관련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CIP가 보유한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와 프로젝트 개발 역량을 활용해 해외 에너지 사업 참여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에 협력 관계를 강화한 두 기업의 역할도 서로 다르다. 오스넷이 현지 전력망을 운영하는 인프라 기업이라면 CIP는 에너지 프로젝트의 투자와 개발을 이끄는 기업이다.
현대건설은 이들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전력 인프라 구축과 재생에너지 개발을 아우르는 사업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호주는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전환이 맞물리면서 전력망 확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호주 정부도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관련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2024년 시드니 지사를 설립하며 호주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을 마련했다. 이후 현지 기관 및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넓혀 왔으며, 지난달에는 시드니 채스우드 초고층 아파트 개발 사업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호주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소비 증가와 재생에너지 전환이 맞물리며 정부 주도로 대규모 전력망 확충이 이뤄지는 등 에너지 인프라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의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이 글로벌 선도기업들과의 중장기적 파트너십을 통해 호주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호주 전력망 구축과 재생에너지 개발 분야에서 신규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