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 머리 위에도, 뒷좌석 양쪽 천장에도 탑승자가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어시스트 그립이 달려 있다.
유독 운전석 천장만 매끈하게 비어 있거나 선글라스 케이스 하나만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한다.
신차를 살 때마다 이 비대칭을 의아하게 여기는 운전자가 적지 않지만,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는 설계 누락이나 원가 절감과는 무관하다. 완성차 업체들이 수십 년째 운전석 손잡이를 의도적으로 빼는 데는 조향 집중도 확보와 전복 사고 2차 상해 방지라는 두 가지 뚜렷한 안전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이유는 한손 운전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조수석이나 뒷좌석 탑승자는 급코너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손잡이를 잡아 몸의 쏠림을 막을 수 있지만, 운전자가 같은 습관을 들이면 사정이 달라진다.
운전대를 쥐어야 할 손이 천장 손잡이로 올라가는 순간 조향 반응 속도가 떨어지고, 급작스러운 장애물 회피나 노면 충격 상황에서 양손 조작이 지연될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운전석 주변 인체공학 설계를 할 때 운전자의 시선과 손이 항상 핸들과 계기판, 전방 도로로 향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실제 차량 설계 과정에서는 운전석 상단부에 손이 닿을 만한 돌출 구조물을 두지 않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세우고, 수납이 필요한 경우에도 평면형 트레이나 슬라이드 방식을 우선 적용한다. 천장 손잡이가 운전석에만 없는 것은 이 원칙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구현된 결과다.
전복사고 때 2차 상해 변수
두 번째 이유는 충돌·전복 사고 시 2차 상해를 막기 위한 안전 설계다. 차량이 옆으로 구르거나 급격히 기울어지는 전복 사고가 발생하면 탑승자의 머리는 관성에 의해 천장 쪽으로 튕겨 올라간다.
이때 천장에 돌출된 손잡이가 있으면 머리나 목이 모서리에 직접 부딪혀 두개골 골절이나 경추 손상 같은 중대 상해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운전석은 에어백, 프리텐셔너 안전벨트, 헤드레스트 등 1차 보호 장치가 가장 촘촘하게 집중된 자리인 동시에, 전복 상황에서 머리가 가장 격렬하게 움직이는 좌석이기도 하다.
국제 자동차 안전 기준은 이런 돌발 변수를 줄이기 위해 운전석 머리 위 공간에서 돌출물을 최소화하도록 요구하며, 다수의 완성차 업체가 이 기준을 반영해 운전석 손잡이를 아예 설계 단계에서 제외한다. 보험개발원과 교통안전공단이 공개한 차량 전복 사고 분석 자료에서도 상체·두부 손상은 천장과의 직접 접촉 여부에 따라 중상도가 크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나, 운전석 상단부의 돌출물 배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핵심 변수로 다뤄진다.
실제로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차량 내장재 규정과 미국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 201조는 탑승자 머리가 닿을 수 있는 내장 부품에 충격 흡수 기준을 적용하고, 돌출된 손잡이 형태의 부품은 운전석 상단에서 별도 검증을 거치도록 규정한다.
FMVSS 201조는 머리 충격 보호(Head Impact Protection) 기준을 통해 천장, 필러, 선바이저 등 머리가 닿을 수 있는 모든 상단 부위의 충격 흡수 성능을 수치로 평가하는데, 손잡이처럼 단단하고 각진 돌출물은 이 기준을 통과하기가 까다롭다.
이 때문에 많은 제조사가 번거로운 추가 인증 절차 대신 운전석 손잡이 자체를 없애는 쪽을 택해왔다. 반면 조수석과 뒷좌석은 운전 조작과 무관하고 전복 시 머리 궤적도 운전석보다 상대적으로 완만하다고 평가돼 손잡이 장착이 유지된다.
커튼에어백과의 상관관계
최근에는 커튼에어백 전개 범위가 넓어지면서 운전석 천장 설계가 한 번 더 바뀌고 있다. 커튼에어백은 천장 양옆 레일을 따라 내려오며 측면 창문과 필러 전체를 덮는데, 손잡이 같은 돌출물이 있으면 에어백이 펼쳐지는 경로를 방해하거나 전개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커튼에어백 적용 차종을 설계할 때 운전석 상단부를 가능한 한 평평하게 비워 에어백이 저항 없이 펴지도록 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삼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운전석 천장은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만 남기고 나머지는 최대한 비우는 것이 설계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출시되는 준중형급 이상 차량 대부분이 1열부터 3열까지 커튼에어백을 기본 또는 옵션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운전석뿐 아니라 조수석 손잡이 역시 에어백 전개 경로를 피해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운전석에도 손잡이를 달아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제기하지만, 안전 설계 관점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요구다.
대신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은 운전석 천장에 손잡이 대신 선글라스 보관함이나 실내등, 하이패스 단말기 거치대 등 평평한 수납 공간을 배치해 공간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설계를 다듬고 있다.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는 선바이저와 일체형으로 만든 조명 겸용 수납 트레이를 적용해 돌출 없이도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손잡이 하나의 유무가 사소해 보여도, 그 뒤에는 조향 집중도 확보와 전복 상해 저감, 에어백 전개 경로 확보까지 맞물린 설계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향후 자율주행 기능이 확대되더라도 운전석 상단부의 돌출물 배제 원칙은 기본 안전 설계 기준으로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