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8일(일)

'장모 살해·캐리어 시신 유기' 조재복, 무기징역 피한 뜻밖의 이유

대구지법이 장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조재복(26)에게 검찰 구형보다 낮은 징역 45년을 선고하면서 판결 배경에 주목이 쏠린다.


대구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채희인)는 지난 15일 존속살해, 특수중존속감금, 특수중감금치상, 시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조재복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법조계가 밝혔다. 재판부는 형량과 함께 전자발찌 30년 부착을 명령했으나 보호관찰명령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 형법상 유기징역은 원칙적으로 30년 이하지만 형을 가중할 경우 최대 50년까지 가능하다. 재판부는 다른 유사 사건과의 양형 형평성을 고려할 때 유기징역형 상한 범위에서 형량을 정하더라도 지나치게 가볍지 않다고 봤다.


대구경찰청


검찰은 조재복의 폭력적 성향이 교정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불행한 유년 시절과 발달장애 등을 확인했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폭력적 성향은 교정되기 어렵다"며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 역시 범행의 중대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장모와 아내가 겪은 정신적 고통을 고려하면 영구적 격리를 명하는 무기징역 선고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무기징역은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사실상 최고형으로 기능하는 만큼 피고인의 나이와 성행, 지능, 성장 과정, 범죄 전력, 범행 내용 등 모든 양형 조건을 충분히 심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재복에 대한 통합심리분석 결과 전체지능지수는 47로 '매우 낮음' 수준이었고, 일상생활능력 관련 적응행동조합점수는 67로 '낮음' 수준으로 평가됐다. 폭력적 인지구조가 내재화돼 분노 통제가 어렵고 도덕적 규범 순응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재복은 성장 과정에서 부친과의 불화 등 불안정한 가정환경에 노출됐고, 친밀한 관계의 사람을 향한 폭력적 행동 양식을 학습했다.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면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조재복이 장모를 살해할 확정적 의사가 있었거나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흉기를 미리 준비하거나 피해자를 유인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살인과 돌발적 상황에서 실행된 살인은 범행의 목적성과 치밀함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조재복의 범죄 전력도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 조재복은 이 사건 이전 특수절도와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지만, 폭행이나 상해 등 신체를 침해하는 범죄나 강도·살인 등 극단적 반사회적 성향을 드러내는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었다.


재판부는 "장기간의 구금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조재복의 성행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100%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력범죄 엄벌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현 상황에서 인간 존엄성을 찾을 수 없는 이 사건에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는 것이 소임을 다하는 것인지 절실히 숙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법 감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피해자 유족의 아픔에 공감하는 재판을 해야 함은 법원의 책무"라면서도 "헌법, 법률 그리고 법관의 양심에 좇아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을 잊지 않은 채 양형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신중하게 고려해 형을 정하는 것 또한 법원의 본질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조재복은 지난 3월 17일 대구 중구 자택에서 장모를 약 10시간 동안 손과 발, 둔기 등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아내와 함께 북구 칠성야시장 인근 신천변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조재복은 거동이 불편한 장모를 자신의 세대원으로 등록해 3인 가구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았으며, 장모에게 돈을 구해오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그는 장모가 집 안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설거지 소리를 크게 낸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에는 장모의 의식이 희미해진 상태에서도 폭행을 멈추지 않았으며, 아내가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고 했지만 병원에 데려가면 누가 때렸는지 물어볼 것이라며 이를 무시했다.